[정부 금강산 지원대책 문제점]저무는 '햇볕' 세금으로 떠받치기

  • 입력 2002년 1월 23일 19시 18분


정부가 23일 발표한 금강산 관광 지원책은 당초 예상과 달리 구체적인 대책보다는 지원방향의 원칙만을 담고 있다. 여기에는 야당과 여론의 반발이 거센 만큼 북한의 성의 있는 대응 등 성과를 끌어내는 작업을 병행해 여론을 설득하는 작업을 벌일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한이 과연 여론이 납득할 만한 성의 있는 대응자세를 보일지는 여전히 불투명해 금강산 관광 지원은 험로가 예상된다.

▽대북전략 부재〓정부는 현대아산이 북한에 지불해야 하는 관광대가를 내지 못한 지난해 2월부터 금강산 관광 지원방안 마련에 부심해왔지만 1년여가 지난 시점에서도 뾰족한 아이디어를 찾지 못했다. 결국 이날 정부가 발표한 지원책은 이미 현대가 지난해 관광사업의 지속을 위해 요청했던 내용의 복제판이었다.

이는 정부가 햇볕정책의 홍보에만 치중해 ‘원칙’을 스스로 무너뜨린 결과라는 지적을 사고 있다. 현대가 시설 투자비는 차치하고, 9억4200만달러에 이르는 관광대가 지불을 조건으로 금강산 관광을 시작했을 때 정부는 ‘돈 맛을 보면 북한에 자본주의의 학습효과가 나타나 우리 정부의 의도대로 남북관계 개선에 응할 것’이란 논리를 내세웠다.

그러나 북한은 달러만을 요구할 뿐 정부의 의도대로 움직이지 않았고, 오히려 정부가 북한의 변화와는 상관없이 정책을 수없이 변경하는 오점을 남겼다.

▽관광 지원의 문제점〓정부는 이번 조치가 ‘평화의 비용’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대북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현대에 특혜를 주는 게 아니냐는 의혹은 여전히 논란거리로 남아 있다.

특히 수학여행을 떠나는 학생들에 대한 관광경비 보조는 관광업계로부터 형평성 시비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큰 데다 또다시 ‘퍼주기’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정부도 이 같은 반발을 감안해 구체적인 대상과 액수 발표를 연기하고 여론의 반응을 기다리는 눈치다.

또 외국상품판매소라는 이름의 면세점 설치는 정부가 장전항을 오가는 관광선에 내항면허를 내준 것과 배치되는 조치. 정부는 북한을 우리의 영토로 규정한 헌법에 따라 남북을 오가는 선박에 대해 국내법을 적용해왔다. 따라서 면세점 설치는 이를 금지하고 있는 국내 다른 관광지역과의 형평성에 위배되는 셈이다.

▽향후 전망〓정부는 이번 조치를 통해 금강산 관광의 숨통을 틔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상황은 이 같은 기대와 거리가 멀다.

현대아산이 현재 상태로 관광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매월 40억∼50억원의 수익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40만∼50만원의 여행경비를 내는 관광객이 매달 1만명 정도 금강산을 방문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정원 400명에 불과한 쾌속선 설봉호가 3일 간격으로 관광객을 실어 날라도 한 달에 4000명 이상이 관광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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