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신승환씨 영장발부되자 손놓은채 탄식

  • 입력 2002년 1월 13일 22시 38분


“이제는 더 이상 내놓을 대책도 없고 총장에게 보고할 것도 없다.“

‘이용호(李容湖) 게이트’에 연루된 혐의로 신승남(愼承男) 검찰총장의 동생 승환(承煥)씨를 상대로 차정일(車正一) 특별검사팀이 청구한 구속영장이 13일 오후 법원에 의해 발부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대검 검사들은 이렇게 말했다.

▼관련기사▼
- 신승남 검찰총장 오늘 사퇴
- [愼총장 사퇴표명]검찰 조직 일대 파란
- ‘愼비망록 검사들’ 소환 임박
- 특검-검찰 치열한 氣싸움

이들은 휴일인 이날도 출근해 영장심사 상황 등을 체크하며 상부에 보고하고 대책을 준비해왔는데 영장 발부 소식으로 아예 기력 을 잃은 듯 했다.

집에서 이 소식을 전해들은 검사들도 한결같이 ‘유구무언’ ‘속수무책’이라는 반응. 서울지검의 한 검사는 “역설적이긴 하지만 이 같은 위기 상황에선 신 총장 복무방침대로 ‘원칙과 정도’에 따라 대처하는 것이 위기 극복의 지름길”이라며 “그것이 신 총장이 조직을 위해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지방의 한 검사는 “이제 앞일은 뻔한 것”이라며 “총장 거취가 더 이상 관심의 대상이 되겠느냐”고 말했다. 이 검사는 “이제 정말 ‘정권’이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받는 선배가 총장으로 부임해 조직을 안정시켰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서울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마음이 착잡하고 안됐다는 생각도 든다”며 “주된 혐의내용이 지난해 대검이 밝힌 사실관계와 거의 비슷하고 법률판단만 다르다는 것이므로 최종적인 판단은 법원 판결까지 지켜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한편 신씨의 영장심사를 맡았던 서울지법 형사13단독 윤병철(尹柄喆) 판사는 이날 오후 5시50분경 영장을 발부하면서 “신씨가 받은 돈의 대가성이 인정돼 영장을 발부했으며 신씨가 검찰 간부들을 만났다는 국민적 의혹도 구속여부를 결정하는 한 기준이 됐다”고 말했다.

신씨의 영장이 발부된 뒤 서울지법 당직실을 찾은 특검팀 관계자들은 ‘한숨 돌렸다’는 표정으로 수사기록을 찾아 돌아갔다.

이날 오후 7시8분경 서울구치소로 가기 위해 특검 사무실을 나선 신씨는 굳은 표정으로 “본의 아니게 물의를 일으켜서 죄송하다”고 답했다. 그는 이어 형인 신 총장을 의식한 듯 “내 주위 사람들에게 폐를 끼쳐서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검팀의 한 관계자는 “신씨에게 구치소로 가기 전 마지막 저녁식사를 시켜줬지만 ‘입맛이 없다’며 먹지 않고 국물만 조금 마시고 수저를 놓았다”고 전했다.

신씨가 떠나고 15분쯤 뒤에는 차 특검과 김원중(金元中) 이상수(李相樹) 특검보가 한꺼번에 사무실을 나섰다.

차 특검은 “신씨가 주가조작 횡령 등에 대한 이씨의 검찰수사 무마를 위해 검찰 간부들에게 청탁한 혐의 부분은 아직 불분명해 혐의사실에서 뺐다”면서 “계속 보충수사를 해 철저하게 진상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특검팀 수뇌부가 한꺼번에 빨리 퇴근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며 “앞으로 가속화될 수사를 앞두고 ‘휴식’도 필요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상록기자 myzodan@donga.com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