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2년 1월 10일 18시 41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산은은 이미 지난해 ‘이용호 게이트’와 관련해 이씨가 대주주로 있던 삼애인더스가 편법으로 발행한 해외 전환사채를 인수한 사실이 드러나 특별검사팀의 조사를 받아야 할 처지다. 더욱이 최근에는 정건용(鄭健溶) 총재도 이씨 관련 삼애인더스의 해외 전환사채 발행을 도와준 증권회사 사장을 이씨 측과 연결시켜 주지 않았나 하는 의심을 받아 특별검사팀에 소환됐다. 혐의가 확인되지는 않았으나 국책은행의 최고책임자인 총재를 비롯한 임직원이 권력비리 의혹을 사고 있는 ‘게이트’와 관련해 줄줄이 소환되거나 구속되는 일은 일찍이 없었다.
산은의 벤처투자 담당 직원들은 패스21의 대주주인 윤태식(尹泰植)씨가 역시 대주주였던 벤처기업에 5억원을 투자한 뒤 사례비로 5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거나 소환 조사를 받고 있다. 이 외에도 검찰이 추가로 혐의를 파악해 수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은행은 연간 수백억원을 벤처기업에 투자했다고 하니 수뢰 액수가 비단 이 정도에 그쳤겠느냐는 의심을 받을 만하다.
산은이 투자하면 국가가 기업 가치를 인정해 주는 것으로 인식되어 다른 금융기관에서 투자를 유치하기가 쉬웠고 그래서 벤처기업들은 앞다투어 산은의 투자를 받기 위해 줄을 섰다고 한다. 그럴수록 지원 대상 벤처기업을 심사하고 지원하는 은행 직원들에게 온갖 유혹과 압력이 쇄도했을 것이다.
산은이 벤처기업에 대한 국고 지원을 총괄하고 있음에 비추어 과연 이들의 지원 과정에 상부의 지시나 권력층의 외압이 없었는지도 철저히 밝혀야 한다. ‘윤태식 게이트’의 관련자들이 청와대 국가정보원을 비롯해 건드리지 않은 권력기관이 거의 없을 정도이니 은행 관계자들에게 지시나 청탁이 없었겠느냐는 의혹이 당연히 제기된다.
은행을 철저히 감시해야 할 정부의 금융감독기관은 산은이 이 지경까지 가도록 무엇을 했는가. 산은의 총재가 그전에 금융감독위원회의 부위원장이었다고 해서 감독을 적당히 끝낸 것은 아닌가. 경제 위기를 다시는 겪지 않도록 은행 개혁에 앞장서야 할 금융감독원도 이번 사건의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본다.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