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가성 보도와 언론 윤리

  • 입력 2002년 1월 9일 18시 29분


직업의 특성상 금융 시장의 미공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기자들이 취재 과정에서 취득한 정보를 사익(私益)을 위해 쓰는 행위는 패를 미리 알고서 돈을 거는 사기도박과 마찬가지다. 가족이나 친인척에게 알려줘도 내부자 거래에 해당한다. 하물며 주식과 돈을 뇌물로 받고 실제 뉴스 가치보다 부풀려 기사를 써 투자자들에게 그릇된 정보를 제공한 것은 건전한 시장 질서를 어지럽히는 중대한 범죄이다.

검찰이 압수한 윤태식씨의 ‘패스21’ 주식 명부에서 다수의 언론인 명단이 나왔고 이들 중 일부가 주식과 현금을 받고 대가성 보도를 해준 것으로 드러나 참으로 부끄럽고 개탄을 금치 못한다. 패스21의 급성장을 지원한 파워 그룹에 대해서는 정계 관계 언론계를 막론하고 엄정한 수사와 그에 따른 처벌이 이루어져야 한다.

언론은 다중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큰 만큼 거기에 따르는 책임이 무겁다. 언론인들이 자율적으로 정한 신문윤리실천요강은 ‘기자는 증권 정보에 관해 최근에 기사를 썼거나 가까운 장래에 쓰고자 할 때 그 주식의 상업적 거래에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참여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내외 언론이 이처럼 증권 보도와 관련된 기자들의 주식 투자를 엄격하게 규제하는 것은 보도라는 공익적 업무와 사익 사이에서 생기는 이해의 충돌을 막기 위해서다.

취재원과 결탁하지 않고 공정한 보도를 하는 것은 언론의 기본적인 윤리이고 생명이다. 일부라고 하지만 이번처럼 신뢰성을 잃은 기사가 축적되다 보면 언론 전체에 대한 신뢰의 위기를 불러올 수도 있다.

언론인으로서 품위를 지키고 공정 보도 의무를 지는 것은 비단 금융시장을 보도하는 기자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체육 등 모든 분야에서 취재하는 기자들은 사사로운 이해에 얽매여 공정성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

동아일보사는 언론의 품위를 지키고 공정 보도를 실천하기 위해 노력할 것을 다시 한번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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