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프로야구]김병현 "언히터블 BK 자신합니다"

  • 입력 2001년 12월 30일 17시 59분


김병현
팬들은 아직도 그 장면을 잊지 못한다.

11월2일 뉴욕 양키스타디움에서 9회말 김병현(22·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이 2사후 스콧 브로셔스에게 2점짜리 동점홈런을 맞은 뒤 마운드에 쪼그려 앉았던 모습을…. ‘운명의 장난’이라 할 만한 이틀 연속 9회말 2사후 동점홈런 허용. 김병현은 곧 울음이라도 터뜨릴 듯한 표정으로 머리를 두 손으로 감쌌다. 외신들은 그 순간을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남자’라고 표현했다.

하지만 하늘은 애리조나에 4승3패의 역전우승을 안겨주며 김병현을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남자’로 만들어줬다. 첫 월드시리즈 우승반지를 끼게 된 동양인. 올 한해 김병현 만큼 ‘지옥과 천당’을 오가며 극적인 영욕을 함께 맛본 사람이 있을까. 때문에 김병현은 잊지 못할 2001년이 가는 게 아쉽기도 하고 한편으론 후련하기도 하다.

“정말 많은 일이 내게 일어났죠. 기쁜 일도 있었고 슬픈 일도 있었습니다. 또 기분 나빴던 일, 즐거웠던 일도 기억이 나네요. 내 야구인생에 커다란 영향을 끼친 한해였습니다. 야구는 혼자 하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죠. 2001시즌을 마음속에 담아두고 앞으로 더욱 노력해서 팬들의 기대에 보답하고 싶어요.”

월드시리즈 기간 중 가장 팬들과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많이 받은 선수가 된 김병현은 이제 내년시즌 투구 하나 하나가 관심의 대상이 될 게 분명하다. 월드시리즈가 끝난 뒤 갑자기 자신에게 쏟아진 관심이 버겁겠지만 그 부담을 훌훌 털어 내는 것도 그의 몫이다. 이제 팬들은 충격적인 홈런을 맞은 뒤 사라져 간 메이저리그의 다른 투수들과 달리 김병현이 보란 듯이 타자들을 멋진 삼진으로 잡아내며 진정한 스타로 발돋움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한다.

<김상수기자>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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