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1년 12월 28일 11시 14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알 자지라는 전날 사전녹화된 빈 라덴의 테이프를 발췌해 보도한데 이어 현지시각으로 이날 밤 33분 길이의 전체 테이프를 방영했다.
빈 라덴은 이 테이프에서 미국 군사력의 기반은 경제에 있으며 경제가 붕괴될 경우 미국은 피억압자들을 더이상 예속화 시킬 수 없을 것 이라면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미국 경제를 타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고 강조했다.
빈 라덴은 이어 자신과 추종자들이 사라진다 해도 아랍권 국가의 각성이 시작되고 있어 미국의 종말도 임박했다고 주장했다.
이 테이프에서 빈 라덴은 이전에 비해 창백하고 지친듯해 보였지만 어조는 단호했다.
그는 또 9.11 테러는 탈레반 전사 19명이 미 제국을 뒤흔든 것 이라고 칭송하고, 축복받은 이번 테러가 팔레스타인과 이라크에서 자행되고 있는 일에 대한 보복 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테러범 19명 모두 아랍인이며 이중 살렘과 나와프 알 하지미 형제와 칼레드 알 미다르등 15명이 사우디 아라비아 출신이고 이집트 출신의 모하메드 아타와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인 2명등이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그는 테러범들이 적진인 미국의 한 복판에서 교육을 받았으며 적들의 비행기를 이용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9.11테러가 미국의 불의에 대한 응전이고 미국으로 하여금 이스라엘에 대한 지원을 중단토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에 칭송을 받을만 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빈 라덴 테이프를 지켜본 많은 아랍계 시청자들은 조잡하게 제작된 이 테이프가 날조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아랍계 시청자들은 갈색천을 배경으로 녹색의 군위장복 차림을 하고 있는 빈라덴이 왼손잡이임에도 불구하고 오른손만을 사용하고 있으며 철저한 금식기간인 라마단중에도 무언가를 먹듯 끊임없이 입을 웅얼대고 있다면서 날조된 테이프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슬람권에서는 오른손이 왼손보다 신성한 것으로 간주되고 있으며 빈라덴이 과거 오른손으로 모종의 제스춰를 취한 적도 있다고 미연방수사국(FBI)은 지적하고 있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