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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12월 26일 17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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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제3자의 입장에서 보면 북한이야말로 위험하고 어리석다. 일본 군사대국화의 ‘일등공신’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한번 움직일 때마다 일본은 이를 구실삼아 하고 싶었으나 못했던 일을 번개처럼 해치우고 있다. 울고 싶을 때 뺨 때려주는 격이다.
98년 8월 북한의 대포동 미사일이 일본열도를 넘어 발사됐을 때 일본인들의 공포는 상상을 초월했다. 안방까지 북한의 미사일이 날아올 수 있다는 데 경악했다. 정부 여당은 곧바로 84년 이후 야당측의 반대로 책상서랍 속에서 잠자고 있던 ‘유사법제안’을 꺼내 먼지를 털어냈다. 군사정찰위성이 없어서 사전에 미사일의 움직임을 탐지하지 못했다며 군사위성비용도 예산에 올렸다. 야당이나 평화론자들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겠다는데 무슨 잔말이냐”는 지적에 입도 뻥긋 못했다. 99년 3월 북한의 공작선이 일본 영해를 침범했다. 그러자 곧 초고속 순시선이 건조됐다. 영해 내에서는 괴선박에 사격을 가할 수 있도록 해상보안청법도 개정됐다.
이번 괴선박 사건을 놓고도 일본 정계는 다시 대책 마련에 열을 올리고 있다. 고친 법도 다시 고치고, 없는 법은 새로 만들려고 한다. 총리 이하 각 성의 장관은 물론이고 여야 간에도 손발이 척척 맞는다. 누구도 브레이크를 밟을 수가 없다.
일본이 북한에 거의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간단하다. 믿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25일 동아일보와 아사히신문의 공동 여론조사에 따르면 일본인의 56%가 “북한이 싫다”고 대답했다. 43%는 일본에 가장 위험한 나라로 북한을 꼽았다. 북한이 자극하면 자극할수록 ‘옳거니’ 하면서 주먹을 더욱 불끈 쥐는 것이 요즘의 일본이다.
심규선<도쿄특파원>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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