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대북교류 이룬게 없다

  • 입력 2001년 12월 25일 20시 13분


지난해 6·15 남북정상회담 이후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왔던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의 대북(對北) 교류사업이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남북관계가 생각만큼 잘 풀리지 않은 탓도 있지만 많은 사업들이 처음부터 ‘한건 올리기’ 나 ‘일방적 퍼주기’ 식으로 앞뒤 재지 않고 무리하게 추진됐기 때문이라는 지적을 사고 있다.

▽ “북한김치 100㎏에 7000만원” =지난달 광주에서 있은 ‘광주김치대축제’ 에 북한산 김치 100㎏이 선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광주시측은 천신만고 끝에 ‘모셔 온’ 이 김치를 놓고 “남북교류의 새 장을 열었다” 고 찬사를 늘어 놓았다. 하지만 관람객들은 대체로 “웬지 공허한 느낌이었다” 는 반응을 나타냈다.

이와 관련해 최근 광주시의회는 “북한김치 좀 들여오는데 7000여만원이나 든 게 말이 되느냐 , 더 이상 시민을 기만해서는 안된다” 는 등의 질책을 쏟아내기도 했다.

이런 비난은 3월 고재유(高在維) 시장이 평양방문을 통해 북측과 합의했던 ‘북한 내 김치공장 건설’ 이 초보적인 경제성 검토마저 하지 않은 채 성급하게 접근하는 바람에 사실상 중단상태에 빠진 데 따른 것이기도 하다.

▽ “종목은 다양하지만 결실은 미미” =지난해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앞을 다투어 선보였던 지자체들의 대북교류사업은 문화 체육 교류에서부터 자매도시결연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다.

서울의 경우 남북장관급 회담에서 합의됐던 ‘경평(京平)축구 부활’ 이 사실상 무산된 상태. 서울시는 당초 상암월드컵 경기장 개장 때 첫 경기로 경평전을 개최하려 했으나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 문제에 걸려 성사시키지 못했다.

대전시도 지역 내 3군 본부 군악대와 북한군악대의 합동시범공연을 내년 월드컵 때 개막행사로 열기로 했다가 최근 포기했다.

충남도도 내년 4월 안면도국제꽃박람회 때 김일성(金日成) 우상화의 상징인 ‘김일성화’ 를 선보이고 북한야생화전시관을 설치한다는 방침을 밝혔다가 최근 철회했다.

유종근(柳鍾根) 전북지사는 2월 초 창극 춘향전공연을 위해 평양을 방문하고 돌아와 적극적인 대북사업 추진 의사를 밝혔으나 성과는 미미하다.

전북도는 “남원춘향제와 전주세계소리축제에 북측예술단이 참가하고 4월 전주∼군산 국제마라톤 대회에도 북한선수가 참가할 가능성이 높다” 고 홍보했으나 모두 무산됐다.

통일부는 올 초 지자체의 남북 교류에 문제가 많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지자체의 교류 참여는 협력주체의 다변화와 주민간 동질성 확보에 기여할 것” 이라는 원칙을 밝혔다.

통일부는 그러나 지자체의 남북 교류는 자역실정에 맞고 상호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사업을 우선 추진해야 할 것이라는 단서를 붙였으나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셈이 됐다.

<광주=김권 대전=이기진 전북=김광오기자>goqu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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