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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12월 25일 18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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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를 앞두고 있는 집권 여당의 입장에서는 좋은 경제 성적을 거두고자 하는 의욕이 앞서 경기 부양을 통해 실업문제도 해결하면서 인플레도 막는 정책을 내놓고 싶을 것이다. 실제로 정부는 내년 운용계획에서 연 4% 이상의 경제성장을 달성하기 위해 예산의 65%를 상반기에 집중 투입하기로 했지만 과연 부작용은 없는 것인지 면밀히 따져보았는가. 경쟁력의 향상 없이 재정 팽창에만 의존한 과잉 경기 부양은 경제 안정을 해치고 장기적으로 경제에 악영향을 준다는 것을 정책 담당자들은 잘 아는 사실이 아닌가. 지나친 경기 부양은 물가와 임금 상승을 부추겨 우리 경제의 고질병이었던 고비용 구조가 되살아날 것으로 우리는 판단한다.
그동안 과다한 공적자금 투입과 각종 기금에 대한 재정 지원으로 나라 살림 사정은 말이 아니다. 내후년부터는 매년 재정에서 최소한 20조원 이상 원리금을 갚아야 하는 터에 벌써 선거를 의식한 선심성 정책이 곳곳에서 남발되고 있다. 득표를 위해서 나라를 빚더미 위에 올려놓는 우(愚)를 범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이미 내년 예산은 우리 경제의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과는 거리가 멀게 짜여졌다. 얼마 전에 목격한 아르헨티나 사태 등 중남미의 불행은 국가 재정이 빈털터리가 되는 것도 아랑곳없이 선심정책을 남발했기 때문이다. 우리도 97년에 선거에만 정신이 팔려 경제를 소홀히 한 탓에 외환위기를 치른 값비싼 교훈을 잊어서는 안된다. 선거철만 되면 터져 나오는 개발공약을 정부가 막을 생각은 않고 한술 더 떠 앞장선다면 다시 위기가 찾아오지 않는다고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경제운용계획은 비록 내년 한해의 계획이지만 내년만을 생각하는 근시안적인 정책이어서는 곤란하다. 이미 수출과 투자가 극히 부진한 상황이고 부동산가격 상승 등 인플레 조짐마저 보이는 터에 지나친 부양책을 고집한다면 당장 내년만 잘 넘기고 보자는 식의 경제 운용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과잉 경기부양으로 인한 부담은 고스란히 후손들에게 넘어간다. 국민은 더 이상 조삼모사(朝三暮四)식 선심성 정책에 팔려 표를 함부로 던질 만큼 어리석지 않다는 것을 정부는 깊이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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