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경제]엔-유로 급락 ‘원투펀치’에 수출 흔들

  • 입력 2001년 12월 25일 18시 03분


엔-달러 환율이 드디어 달러당 130엔을 넘어서고 유로화 가치도 급락하는 등 주요국 통화의 불안 양상이 확산되고 있다.

원화도 달러화에 비해 약세를 보이고는 있지만 상대적으로 약세폭이 덜한 데다 엔화에 대해선 큰 폭의 강세를 보이고 있다.

▽엔-유로 동반 약세〓엔-달러 환율은 25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130엔을 돌파했다.

크리스마스 휴가로 미국과 유럽 시장은 문을 닫은 반면 엔약세를 희망하는 일본만이 시장을 열어놓은 사이 심리적, 기술적 저항선으로 여겨지던 130엔 선을 가볍게 넘었다.

시오카와 마사주로(鹽川 正十郎) 일본 재무상은 이날 “엔 약세가 명목 물가를 조절하면서 일본 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일본 정부는 엔화의 자연스럽고도 점진적인 약세를 용인할 것”이라고 밝혔고, 히라누마 다케오(平沼赳夫) 경제상도 24일 “엔 약세의 한도는 135엔 정도”라고 말해 엔화약세를 유도했다.

유로화는 아르헨티나가 대외채무에 대해 지불유예(모라토리엄)를 선언한 뒤 가치가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24일 밤 뉴욕 외환시장에서 유로-달러 환율은 유로당 0.8754달러로 하루 전보다 1.45% 떨어졌으며 11월 말보다는 2.38%나 하락했다. ‘9·11테러’후 소폭 상승하던 유로화 가치가 급락세로 돌아선 것은 아르헨티나 위기와 관련이 깊은 것으로 분석된다.

스페인 독일 이탈리아 등 유로에 가입한 국가가 아르헨티나에 빌려준 돈은 362억달러로 아르헨티나의 전체 은행대출금 가운데 56.2%를 차지한다.

영국(60억달러)과 스위스(33억달러)를 합하면 유럽의 비중은 70.9%에 달한다. 모라토리엄이 장기화할 경우 유럽계 은행은 큰 손실을 볼 수밖에 없다는 점을 반영해 유로화 가치가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원화는 상대적으로 강세〓원-달러 환율은 24일 달러당 1308.2원으로 작년 말(1264.5원)보다 3.39% 상승했다(원화가치 하락). 같은 기간 통화가치가 엔화는 11.73%, 유로화는 5.72% 하락했다. 특히 원-엔 환율은 100엔당 1093원에서 1005원으로 원화가치가 8.82% 상승했다.

원화가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이는 것은 외국인이 10∼11월 두 달 동안 3조441억원(약 23억달러)어치의 한국 주식을 순매수하면서 달러가 유입됐기 때문. 한국은행은 유입되는 달러를 사들이지 않고 그대로 시장에 맡겨놓음으로써 원화가치가 오르는 결과를 빚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강삼모(姜三模) 부연구위원은 “원화가 엔화에 대해 강세를 보임에 따라 일본과 직접 경쟁을 벌이고 있는 전자 반도체 자동차 철강 등의 수출경쟁력이 크게 약화될 전망”이라고 우려했다.

한화증권 진영욱(陳永郁) 사장도 “엔화가 약세를 보일 때는 원화가치도 함께 하락해야 한다”며 “일본은행이 달러를 사들여 엔화가치 하락을 유도하는 것처럼 한국은행도 달러를 사들이는 시장개입에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홍찬선기자>h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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