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전력증강, 원점서 다시 검토하라

  • 입력 2001년 12월 20일 18시 00분


우리 공군이 보유한 나이키 허큘리스 지대공(地對空) 미사일의 90% 이상이 발사조차 안 되는 무용지물이었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국방과학연구소(ADD)의 1998년 조사에 따르면 탄두 발사가 가능한 것이 100발 중 8발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나이키 미사일을 대체하기 위해 정부가 도입을 추진해온 차기 대공미사일(SAM-X) 사업도 언제 결정될지 모르는 상황이라니 우리는 앞으로 상당 기간 ‘안보 구멍이 뚫린 하늘 아래서’ 살아가야 할 판이다.

사실 안보 관계자들 사이에서 노후된 나이키 미사일의 성능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온 게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1965년부터 우리나라에 배치된 이 미사일은 그동안 고장 사고도 여러 차례 일으켰다. 이런 ‘애물단지’를 우리의 주된 방공(防空) 무기라며 애지중지해온 공군도 보기 안타깝지만 허술한 방공망을 믿고 살아온 국민의 처지가 더 딱하다.

차제에 우리는 그동안 군 당국이 추진해온 차세대 전투기(FX), SAM-X, 공중조기경보통제기(EX) 등 전력증강사업의 우선 순위를 원점에서 다시 검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들 사업의 결정은 대부분 내년으로 미뤄진 상태이지만 국가 안보를 위해 무엇이 더 시급한 사업인지 현 시점에서 다시 한번 따져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공군 입장에서는 물론 차세대 전투기 40대를 도입하는 FX사업도 가급적 빨리 결정되기를 바랄 것이다. 그러나 전투기의 경우 공군은 이미 KF16 기종을 상당수 운용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일국의 공군력이 첨단 기종 대 일반 기종의 비율을 적절하게 배합하는 하이-로(High-Low) 개념으로 운용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차세대 전투기 이전에 오히려 더 많은 KF16이 필요할 수도 있다. 이외에도 내년에 사업을 결정하는 일의 ‘정치적 부담’ 등을 고려해 FX사업 결정을 다음 정권에 넘기는 것도 한 가지 방안이라고 우리는 이미 본란을 통해 제안한 바 있다.

반면 차세대 방공무기는 이번에 드러난 나이키 미사일의 한심한 상황에서도 알 수 있듯이 한시가 바쁜 사업이다. 장거리 고고도에서 날아오는 적기(敵機)를 1차 요격하는 나이키 미사일의 대체 기종은 한반도처럼 종심이 짧은 전역(戰域)에서 더욱 필요한 무기다.

차세대 무기도입사업은 엄청난 비용과 각 군간의 치열한 경쟁 때문에 선정 과정에서 잡음이 일어날 소지가 크다. 그렇다면 국가 안보를 위해 제일 시급한 것이 무엇인가를 먼저 따져보는 게 순서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