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업씨 누굴 지칭했나]'물귀신작전 특정집단'은 김은성?

  • 입력 2001년 12월 18일 18시 59분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차남인 김홍업(金弘業) 아태평화재단 부이사장이 17일 언급한 ‘특정세력’은 누구를 지칭하는 것인가.

김 부이사장은 신광옥(辛光玉) 전 대통령 민정수석비서관에게 로비자금을 건넨 혐의를 받고 있는 최택곤(崔澤坤)씨와의 관계를 해명하면서 “최씨가 내게 로비를 했다는 것은 천부당 만부당하다”면서 “수세에 몰린 특정집단의 물귀신 작전이 아니길 바랄 뿐”이라고 ‘음모론’을 제기했다.

▽‘특정집단’은 누구인가〓검찰과 정치권 관계자들은 김 부이사장이 김은성(金銀星) 전 국가정보원 2차장을 중심으로 한 세력을 염두에 뒀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가장 직접적인 근거는 ‘특정집단’ 앞에 붙은 ‘수세에 몰린’이라는 수식어. 최근 ‘진승현(陳承鉉) 게이트’에 대한 검찰 재수사가 본격화하면서 수사의 초점은 김 전 차장에게 모아지고 있다. 그가 MCI 코리아 소유주 진승현씨를 끌어 들여 정관계 로비를 주도한 혐의가 서서히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지검 관계자는 18일 공식 브리핑에서도 “김 전 차장이 진승현 게이트의 키를 쥐고 있는 것으로 본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따라서 검찰 수사로 궁지에 몰린 김 전 차장이 수사의 초점을 흐리기 위해 대통령 친인척을 끌어들였다는 게 김 부이사장의 판단이라는 관측이다.

검찰도 최근 여러 차례 김 전 차장을 암시하면서 “특정세력이 사건의 본질을 호도하고 수사의 초점을 흐린다”고 말해왔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부이사장이 관계가 원만하지 못한 동교동계 일부 실세들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기도 한다.

▽‘방패막이’인가 ‘물귀신 작전’인가〓김 전 차장은 지난해 11월 진승현 게이트 수사가 진행될 당시 작성한 ‘진승현 리스트’에 민주당 김홍일(金弘一) 의원과 김 부이사장 등 대통령 친인척의 이름을 포함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리스트에는 진승현 게이트를 실질적으로 주도한 김 전 차장 본인과 김 전 차장의 배후에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몸통’격인 여권 실세는 빠져있어 ‘가짜 리스트’라는 말이 나돌았다.

김 전 차장은 이 리스트를 만들어 당시 검찰 수사가 더 이상 진행되지 못하도록 방패막이로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검찰 주변에서는 김 전 차장측이 검찰 재수사로 처벌을 피할 수 없게 되자 ‘방패막이’를 넘어 ‘물귀신 작전’을 펴는 것이 아니냐는 얘기도 나돌고 있다.

▽여권 내부 암투설〓김 부이사장의 발언과 관련해 주목되는 것은 김 전 차장의 ‘배후’다. 진승현 게이트에서 김 전 차장이 주도적 역할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도 하수인이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검찰 주변에는 김 전 차장의 배후에는 김 의원이나 김 부이사장 못지 않은 ‘실세’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만일 김 부이사장이 이같은 사정을 알고 발언했다면 이번 사태는 여권 핵심세력들 사이의 본격적인 분열과 갈등을 예고하는 것일 수도 있다.

<이수형·정위용기자>sooh@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