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제국 오얏꽃 황실문양 일반인이 의장등록해 파문

  • 입력 2001년 12월 18일 18시 29분


덕수궁 석조전 오얏꽃 문양(왼쪽)과 도자기용 문양
덕수궁 석조전 오얏꽃 문양(왼쪽)과 도자기용 문양
대한제국 황실을 상징하는 오얏(자두)꽃 문양이 일반인에 의해 도자기 문양으로 의장 등록된 사실이 밝혀지자 전주 이씨 종친회 등 황실 관계자들이 의장등록 무효심판 청구를 준비하는 등 반발하고 있다.

18일 특허청에 따르면 도자기 전문가 이모씨(50)는 99년 대한제국 황실의 전통 문양인 오얏꽃 문양을 도자기 문양으로 의장 등록을 마쳤다. 등록 내용은 관보에 게재됐으며 이의신청이 없어 15년 동안 이씨의 독점적 사용권이 보장됐다.

이씨가 현재 자신이 만든 도자기에 새겨 시판하고 있는 의장 등록된 문양은 5개의 꽃잎과 꽃잎마다 3개의 꽃술이 들어 있는 대한제국 황실의 오얏꽃과 동일한 특징을 갖고 있다.

오얏꽃 문양은 덕수궁 석조전 용마루, 황실 도자기, 순종황제 어가, 구한말 우표, 대한제국 군대 계급장 등에 사용됐고 현재 전주 이씨 종친회의 상징으로도 사용되고 있다.

이씨는 "5개의 꽃잎과 3개의 꽃술로 이뤄진 문양은 우리나라와 중국 등에서 널리 사용된 것으로 황실 고유 문양이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궁중유물전시관 강순형(姜舜馨) 관장은 "대한제국 시절부터 사용된 황실 문양을 일반인이 의장 등록해 독점 사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전주 이씨 종친회 관계자는 "황실 문양을 의장 등록한 것은 '봉이 김선달'과 다름없다"며 "등록 무효 심판을 청구해 일반인이 황실 문양을 독점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막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씨가 황실 문양을 의장 등록할 수 있도록 허용한 특허청의 심사 과정에도 허점이 있었다고 관계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국내 의장법은 국내외에 공개됐거나 간행물에 게재된 의장과 이와 유사한 의장은 의장 등록을 받을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영국 호주 등 영연방 국가에서는 왕실의 문장을 의장 등록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98년 의장등록 심사를 맡았던 오모 전 특허청 심사관은 "한달에 200여건의 의장 등록을 심사하다보니 이미 출원됐는지와 특허청 자료 등에 의존해 심사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일반에 공개되지 않은 문양은 심사에 통과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오얏꽃 문양이 새겨진 황실 유물은 97년 '궁중유물전시관의 오얏꽃 황실생활유물 특별전'에서 일반에 공개됐다.

<박용기자>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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