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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12월 17일 18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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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요원이 컴퓨터 자판도 다루지 못할 정도의 ‘컴맹’인데다 컴퓨터 배우기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이 학교 정보부장 김모 교사(41)는 “학교 컴퓨터 130대를 혼자 관리할 수 없어 월 40여만원을 주고 전산 보조원을 공익요원과 별도로 채용했다”고 말했다.
초중고의 정보화 교육을 보조하도록 하기 위해 정부가 99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전산보조 공익요원 배치 제도가 유명무실화하고 있다. 실제 배치된 전산보조 공익요원 가운데 전산 전공자가 드물고 실제 인력 충원마저 힘들기 때문이다.
교사들은 ‘컴맹’ 전산보조 공익요원의 재교육과 관리에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일부 학교에서는 아예 전산보조 공익요원을 전산업무가 아닌 학교시설 관리나 청소 등 허드렛일에 활용하기도 한다.
▽전산보조 공익요원 활용 실태〓17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12월 현재 서울 시내 초중고 1121곳에 689명의 전산보조 공익요원이 근무하고 있지만 이들 중 대학에서 전산을 전공한 사람은 11%인 76명에 불과하다.
서울 강북의 모 초등학교에 근무중인 전산보조 공익요원 이모씨(24)는 “전산보조 공익요원으로 분류된 훈련소 동기생 7명 중 컴퓨터를 다룰 줄 아는 친구가 2명에 불과해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지방의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경기도교육청은 공익요원 164명을 학교에 배치했지만 전산 전공자가 거의 없어 대부분 교무업무나 행정업무 등에 투입하고 있다. 대구교육청은 아예 전산보조 공익요원을 따로 배정받지 않고 있다.
일선 학교의 정보화 교육 담당 교사들은 “2년여의 공익요원 근무기간 중 6개월∼1년 정도를 전산교육에 투입해야 할 형편”이라고 말했다.
반면 공익요원 1006명 전원을 시설경비 업무에 투입하는 서울시지하철공사에는 전산 전공자가 19명이나 된다. 이들 중에는 서울 모 대학 컴퓨터공학과 박사과정 휴학생까지 있을 정도다.
▽문제점 및 대책〓98년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세계에서 가장 컴퓨터를 잘 쓰는 국민을 만들겠다”며 정보화 교육을 강조한 뒤 학교 전산망과 컴퓨터 관리 등 전산 업무 보조를 위해 전산보조 공익요원 제도가 처음 도입됐다.
그러나 교육부와 병무청의 업무 협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전산 전공자를 전산보조 공익근무요원으로 배치할 수 있는 규정도 마련하지 않은 채 졸속으로 추진되면서 각종 문제점들이 불거지고 있는 것이다.
병무청 내부기준에 따르면 공익요원 중 전산 전공자를 별도로 분류하지 않고 있는 데다 입법부 사법부 중앙행정부처 지방자치단체 교육청 공사 등의 순으로 공익요원을 우선 배치하기 때문에 전산 전공자가 일선 학교에 배치되기는 사실상 어려운 실정이다.
서울지방병무청 관계자는 “전산보조 공익근무요원을 전산 전공자로 선발하는 규정이 없다”면서 “소집 순서와 기관 우선 순위 등을 고려해 공익요원을 배치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말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전산보조 공익요원 1인당 연간 150여만원의 예산이 들지만 병무청의 무성의로 인력 배치와 충원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현재 시도 교육청별로 전산능력이 부족한 공익요원은 교무보조 업무에 투입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용기자>par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