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엔-달러 환율 127엔대 급등…日경기 침체영향

  • 입력 2001년 12월 14일 18시 29분



일본 경제의 장기침체에 대한 우려감으로 엔화가치가 떨어지면서 엔-달러 환율이 달러당 130엔에 근접하고 있다. 반면 원화가치는 올라 원-엔 환율이 100엔당 1000원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14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오후 한때 전날대비 1.78엔 상승한 127.83엔까지 올라갔다가 127.39엔으로 거래를 마쳐 98년 10월이후 3년2개월만에 최고치를 보였다. 로이터통신은 13일 “일본 재무성 관계자가 ‘엔화 약세가 일본의 구조개혁을 지원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며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130엔까지 올라가야 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9·11 미 테러사태 이후 환율이 달러당 116엔대까지 떨어지면서 강세를 보이던 엔화가치는 일본 경제의 어두운 전망 때문에 최근 급속히 약세로 돌아섰다. 반면 10월 초 달러당 1310원대까지 올랐던 원-달러 환율은 14일 종가기준으로 1285.9원으로 떨어졌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가 지난달 13일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BBB0에서 BBB+로 높인 영향 등으로 외국인 주식매수 자금이 몰려들고 있기 때문.

이에 따라 14일 원-엔 환율은 100엔당 1009.42원으로 9월26일의 1111.39원보다 100원 이상 떨어졌으며 장중 한때 1008원까지 떨어지면서 29개월만에 최저치를 보였다.

엔화 약세, 원화 강세가 지속될 경우 한국 상품의 수출 경쟁력이 떨어져 경상수지 흑자가 줄어들 것으로 우려된다. 신승관(辛承官) 한국무역협회 무역연구실 조사역은 “엔화 약세가 계속되면 자동차, 전자제품, PC 등 일본과 경쟁하는 ‘주종 수출품목’의 일본 업체들이 달러화 가격을 낮출 가능성이 높다”면서 “원-엔 환율이 100엔당 1000원대 이하로 떨어지면 무역업체들은 치명적인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외환당국이 환율을 너무 ‘방치’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원 정영식(鄭永植) 수석연구원은 “시장의 흐름을 완전히 바꾸기는 힘들더라도 외환당국이 ‘구두 개입’ 등 환율 충격을 완화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중현기자>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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