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문사규명위 파행 위기

  • 입력 2001년 11월 30일 18시 46분


지난해 10월 출범한 대통령 소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위원장 양승규·梁承圭)가 파행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규명위는 유가족 및 시민단체들과 규명위의 조사권 강화 문제를 놓고 심각하게 대립하고 있고 내부적으로도 민간 전문위원 4명이 사표를 내는 등 진통을 앓고 있다.

유가족 측은 최근 “규명위가 의문사 사건의 사인 규명에만 치중하면서 출범 초기에 약속한 구조적 문제에 대한 조사를 등한시하고 있다”며 과거 대학생 강제징집 및 녹화사업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와 규명위의 조사 권한을 강화하는 내용의 의문사특별법 개정을 요구했다.

그러나 규명위 측은 지난달 3일 “조사시한(2002년 4월)을 불과 5개월 남겨두고 법 개정을 통해 조사권한을 강화하는 것은 실효성이 없다”며 거부했다. 이에 대해 유가족 측은 “법 개정과 내부쇄신 등 유가족의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위원장 퇴진을 요구하는 등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내부적으로도 지난달 18, 19일 조사관 2명 등 민간 전문위원 4명이 규명위의 피진정기관에 대한 소극적인 태도에 반발해 사표를 냈다.

민간 조사관 20여명과 정부기관 출신 조사관 30여명으로 구성된 규명위는 최근 개별 사건의 조사방향과 방법을 둘러싸고 심각한 갈등을 겪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녹화사업 관련 사건을 다루는 조사3과는 사인 규명을 위해 녹화사업 전반에 대한 실체 조사가 필요하다는 민간 조사관들의 주장에 정부기관 출신 조사관들이 크게 반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규명위 고위 관계자는 “현실과 기대 사이에 괴리가 큰 데서 발생한 상황으로 본다”며 “제도적 한계는 있지만 조사활동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동용기자>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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