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F와 놀아나다]핫브레이크, 영화 '화산고' 맛보기

  • 입력 2001년 11월 26일 11시 28분


동양제과 핫브레이크 광고는 영화 '화산고'의 이미지를 그대로 옮겨왔다. 짧은 버전으로 영화를 살짝 맛보는 경우다.

고등학교 교실 한켠. 척 보기에도 불량해보이는 학생 세 명이 모여있다. 교복차림에 복서처럼 모자를 쓴 김수로와 그의 양쪽엔 빨간 런닝을 받쳐입은 친구들. 근데 어째 생긴건 터프하지만 노는건 쫌스럽다. 핫브레이크를 들고선 '아껴먹어야지~'라며 호들갑떤다.

하.하.하. 이때 들려오는 장혁의 호쾌한 웃음소리. 마치 가소롭다는 투다. 교실의 아이들은 장혁을 주시하고, 김수로는 푼수떨던 모습을 뒤로 한채 진지한 눈빛을 던진다. 니가 감히? 두 사람 사이의 긴장감은 고조되고..

'니가 그러고도 진정한 사나이냐' 장혁은 최민수보다 더 가라앉은 묵직한 저음으로 느끼하게 턱, 충고를 한다. 이에 참다못한 김수로는 비밀암기를 쓰듯 핫브레이크를 재빠르게 날려버린다. 아 그러나 회심의 일격은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장혁의 얼굴 앞에 핫브레이크는 딱 멈춰버리네. 기겁을 하는 김수로와 그 친우들.

장혁은 고수답게 내공을 모아 기합을 넣으며 핫브레이크를 되돌려보낸다. 그 장면은 마치 매트릭스에서 특수효과를 빌려 쌔앵 날아가던 총알처럼 시원하게 뻗는다. 우당탕, 무너지는 김수로팀. '출출할 때 참는건 사나이가 할 짓이 아니다' 장혁은 의기양양해선 잘난척 하는 포즈를 취한다. 그 과장된 폼이 꽤 웃기다.

핫브레이크 광고는 영화 '화산고'의 또 다른 번외편이다. 그도 그럴것이 화산고 감독인 김태균씨가 직접 연출했고 조명과 촬영 스텝 역시 영화제작진 식구들이다. 영화의 주연배우인 장혁과 김수로는 자동으로 모델낙찰이다. 아직 맛보지 못한 영화의 느낌을 광고에 녹여 미리 살짝 내보내는 셈이다.

광고 + 영화의 세트묶음은 곧 공생관계다. 제품광고와 더불어 황금시간대에 영화홍보까지 하는 일석이조의 재미를 톡톡히 본다. 영화가 대박이 터지면 광고는 더더욱 탄력을 받기 마련. 하지만 이런 공동마케팅은 안일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광고의 새로움과 독창성보다는 안전성을 먼저한다.

이 광고를 보면 비현실적인 환타지가 이렇게나 일상 가까이 다가왔구나, 싶어서 새삼 깜짝 놀란다. 그간 보여준 무협영화나 무협형식을 빌린 광고는 시대를 불투명한 옛날로 잡고 옷차림도 그에 맞게 옛스러웠다. 허나 여기선 '지금 바로 학교에서' 학원무림이 펼쳐진다.

걸상과 책상, 교탁이 놓여진 교실에서 하이칼라의 교복을 입은 모습으로 학생은 장풍을 멋지게 날리고 공력을 뽐낸다. 분명 현재의 고등학교의 모습이긴 하되, 그 생활상은 고수들이 판을 치는 무협세계의 그것이다. 이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현실이 힘에 부치면 슬그머니 비현실적인 환타스틱에 눈을 돌리기 마련이다.

학생들의 스트레스가 우리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고 있는건 아닌가. 어른들은 경제불황의 팍팍한 세상을 견뎌내기 힘들어하지만 학생들은 널뛰기 수능에 이래저래 막연한 불안감에 시달린다. 영화의 뚜껑은 아직 열리지 않았지만 판타지 속에 기우는 학교현실을 예리하고 숨겨놓았을지, 한바탕 흥겨운 테크노 푸닥거리일지는 미지수다.

교실에까지 찾아든 무협판타지. 이제 영화나 광고는 기존의 형식을 써먹을 수 있는 새로운 계층을 찾아나서고 있다. 그냥저냥 사회에 묻혀있던 조폭들은 산사의 스님들과 조우하고, 무협은 빳빳한 칼라의 젊은 고등학생을 끌어들인다. 기발한 설정으로 시선끌기에는 성공이다. 그 속모습은? 두고봐야 알 일이다.

김이진 AJIVA77@chollia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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