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제주 자유도시 5대쟁점

  • 입력 2001년 11월 20일 18시 37분


제주를 국제자유도시로 개발하겠다는 정부의 기본계획이 19일 발표됐지만 일부 구상의 경우 이견이 만만찮아 실제로 시행될 때까지는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된다.

기본계획은 정부가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춘 제주도를 친환경적인 관광휴양도시와 비즈니스, 첨단지식, 산업, 물류, 금융 등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진 국제자유도시로 조성한다는 목표 아래 2010년까지 4조7714억원을 투자한다는 것으로 돼 있다.

그러나 이 기본계획이 추진되려면 20일 의원입법으로 발의된 ‘제주국제자유도시특별법’이 국회에서 처리돼야 하고 제주 지역 시민단체 등의 반대 여론을 정부가 어떤 식으로든 이겨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기본계획에 대해 130개 단체로 구성된 경제살리기범도민운동협의회와 제주도 등은 크게 환영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구상에 대해서는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외국인 학교 설립〓외국 대학법인에 대해 제주도에 분교 설립을 허용하겠다는 게 정부안. 논란이 되는 부분은 현재 5년 이상 해외 거주자로 제한하고 있는 외국인 학교의 내국인 입학 자격을 학교장 자율로 정하도록 한 부분이다.

전국교직원노조 제주도지부는 외국인 학교의 입학자격을 폐지하고 학교 설립과 운영에 자율성을 부여한 것은 현행 공교육 체계를 뒤흔드는 조치라며 반발하고 있다.

전교조 이석문(李碩文) 제주도지부장은 “외국인 학교가 들어서면 계층 간 갈등이 심화하고 입학경쟁에 따른 사교육비 지출 증가가 불을 보듯 뻔하다”며 “교육개방을 위해 제주도를 시범지역으로 삼으려는 정부의 술책”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제주도교육청 관계자는 “국제자유도시에서 영어 사용은 필수적”이라며 “우수 인재를 조기에 양성하고 영어 상용화를 위해서는 외국인 학교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골프장 세금 감면〓기본계획은 제주 지역 골프장에 대해 중과세 대상인 취득세와 종합토지세를 일반과세로 돌리고 특별소비세 등을 낮춰 골프장 이용객 1인당 4만3200∼5만4000원꼴로 입장료를 낮출 수 있도록 했다.

기존 골프장을 운영하고 있거나 새로 만들고 있는 골프장의 관계자들은 이런 세금 감면 조치를 크게 환영하고 있다.

한 골프장 관계자는 “세금이 감면되면 골프관광객 유치가 한층 수월해지고 골프장 운영에도 도움이 된다”며 “침체 상태에 빠진 제주관광을 되살리고 외국으로의 골프여행에 따른 외화 낭비를 줄이기 위해서는 제주를 고급 골프관광지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제주환경운동연합 박진우(朴鎭佑) 집행위원장은 “골프장 세금 감면은 무분별한 골프장 건설로 이어져 제주 식수원인 지하수의 오염과 지역공동체 파괴를 초래할 수 있다”며 “환경에 미칠 영향에 대한 구체적 조사도 없이 골프장을 활성화하겠다는 방안은 철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내국인 면세쇼핑〓제주도 여행객이 반출하는 물품에 대해 관세와 부가가치세, 특별소비세 등을 면제해 주는 것으로 관광객 유치에 가장 효과적인 방안으로 평가받고 있다.

제주 지역의 호텔면세점 관계자들은 “내국인 면세점이 등장하면 기존의 호텔면세점 매출이 10%가량 줄겠지만 대신 관광객이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득실을 따지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일부 시민단체들은 관광객 유치도 좋지만 내국인의 무분별한 면세 쇼핑으로 인해 다른 지역의 유통질서가 혼란해질 우려가 있고 전문적인 보따리상들이 제주도로 몰려올 가능성도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1차 산업 소외〓제주 지역 농민들은 기본계획에 제시된 정부의 1차 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에 대해 실망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국제자유도시 개발사업 수익의 일부를 지역 농어촌 진흥기금으로 지원하겠다는 내용을 제외한 나머지는 ‘1차 산업 품질 고급화’ ‘지역산품 판매 확대’ 등 구호성 문안으로 채워져 있다는 게 실망의 이유.

전국농민회총연맹 제주도연맹 관계자는 “3차 산업 중심의 기본계획이 추진되면 제주 지역의 농업기반은 무너져 농민들은 갈 곳이 없어진다”며 “1차 산업에 대한 착실한 구조조정 이후에 국제자유도시를 추진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제주도 관계자는 “1차 산업 육성을 위한 실천방안이 미흡하긴 하지만 현재 개별적으로 추진되는 농수축산 발전계획을 착실히 수행하면 농민들의 걱정을 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절차의 공정성〓정부와 여당이 14일 제주국제자유도시특별법안을 발표한 이후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듣는 공청회 등을 마련하지 않은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제주 지역 9개 시민 학생 단체 등으로 구성된 제주국제자유도시 추진 반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성명을 통해 “지역 주민의 여론 수렴 과정 없이 밀실에서 졸속으로 추진된 특별법안과 기본계획은 폐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창희(金暢禧) 제주국제자유도시 추진본부장은 “99년 국제자유도시 계획 단계에서부터 주민의견 수렴 절차를 거쳤고 7차례의 공청회와 설명회도 열었다”며 “앞으로도 특별법안과 기본계획에 대한 의견을 들어 필요한 부분은 수용하겠다”고 말했다.

<제주〓임재영기자>jy7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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