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추칼럼]최악의 한 해를 보낸 선수들

  • 입력 2001년 11월 15일 14시 07분


지난 칼럼에서는 포지션마다 최고의 한 해를 보낸 선수들에 대해 살펴봤다. 이번 칼럼에서는 반대로 최악의 한 해를 보낸 선수들에 대해 살펴보자. 여기서 ‘최악’에는 사전적인 의미는 물론 ‘가장 실망스러운’의 의미도 포함된다.

선발 투수 - 주형광 (방어율 15.00 / 투구이닝 3.0)

후보는 많다. 지난해 선발 투수 가운데 가장 많은 투구 이닝-가장 낮은 방어율을 기록한 LG 대니 해리거는 지난해보다 60이닝 가량 적은 이닝을 투구하며 방어율은 1.50 높아졌다. 퇴출당한 해리거 외에도 지난해 다승왕 김수경은 방어율 5.20(97이닝)으로 부진했다. 150.2이닝을 던지며 방어율 9위(3.72)를 차지했던 두산 이광우는 방어율 5.40, 투구이닝 58.1이닝에 그쳐 FA를 포기했다. 선발과 마무리를 오가며 방어율 3.42, 137이닝을 기록한 LG 장문석은 지난해 방어율의 두 배가 넘는 방어율 7.74를 기록하며 트윈스 마운드 붕괴에 일조 했다.

하지만 ‘최악의 시즌을 보낸 선수’로뽑힌 선발 투수는 롯데 주형광이다. 부진했던 지난 97년에도 규정이닝을 채웠을 정도로 롯데 마운드의 기둥 역할을 해왔지만, 올해 단 3이닝만을 던지고는 전열에서 이탈했다. 팔꿈치 안쪽 인대에 부상을 입었기 때문. 주형광은 팔꿈치 수술을 위해 지난달 일본으로 출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상 정도나 수술 결과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내년 시즌 초반부터 주형광의 활약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듯.

마무리투수 - 강상수 (방어율 4.75 / 투구이닝 89.0)

올해 거인에겐 여러 가지 악재가 겹쳤다. 그 중 하나는 강상수의 부진이다. 강상수는 지난 2년 간 클로저로서 빠지지 않는 성적을 거뒀으며, 특히 지난해에는 임창용-진필중에 전혀 뒤지지 않는 뛰어난 모습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올해 그의 방어율은 클로저로서 낙제점인 4.75에 그쳤다. 시즌 내내 컨트롤은 물론 타자를 압도할 수 있는 구위 역시 찾아보기 어려웠다. 지난해 71이닝동안 각각 48개와 23개에 그친 피안타, 사사구가 올해 89이닝동안 81개, 52개로 늘어난 사실은 이를 뒷받침한다. 자이언츠가 득점 3위(718)-실점 4위(670)를 기록하고서도 최하위에 머무른 책임은 불펜보다는 ‘불운’에 있지만, 불펜의 부진이 자이언츠의 ‘비효율’을 심화시킨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부진의 한가운데 강상수가 있다.

포수 - 강성우 (타율 0.160 / 출루율 0.225 / 장타율 0.197 / OPS 422)

타석

타율

출루율

장타율

OPS

김영진

1999

삼성

212

0.138

0.185

0.190

0.375

강성우

2001

SK

222

0.160

0.225

0.197

0.422

권두조

1986

청보

358

0.162

0.237

0.188

0.425

권두조

1983

롯데

200

0.168

0.212

0.218

0.430

이근엽

1995

태평양

234

0.170

0.245

0.194

0.439

* 200타석 이상

역대 한국 프로야구에서 200타석 이상 기록한 타자들 가운데 강성우는 두 번째로 낮은 OPS를 기록했다. SK 코칭스태프는 OPS 422를 기록하는 타자에게 222타석을 투자하면서까지, 팀의 미래를 짊어질 고졸 신인 정상호에게 세심한 주의를 기울인 것으로 보인다. 개인적인 바램이라면 강성우나 양용모가 정상호가 정상적으로 성장할 때까지 백업 포수로서 역할을 충분히 해주는 것이다. SK로서는 강성우의 분발이 더 필요하다.

1루수 - 강혁 (타율 0.252 / 출루율 0.326 / 장타율 0.406)

‘아마 최고’라는명성은 프로에 와서 퇴색했다. 올 시즌 부진이 얼마간은 부상 때문임을 감안하더라도 말이다. 아울러 부상으로 인해 고작 57경기에 출장하는데 그쳤다. 수비수로서 능력은 대단히 뛰어나지만, 지금까지 보여준 타격 능력은 그의 포지션을 감안하면 만족스럽지 않다. 건강하다면 파워 좋은 서용빈의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2루수 - 박종호 (타율 0.241 / 출루율 0.331 / 장타율 0.340 / OPS 671)

지난해 타율 0.340, OPS 918을 기록한 박종호는 올해 타율, OPS 각각 0.099, 247 포인트 하락한 성적에 그쳤다. 박종호의 사례처럼 특별한 부상이 없으면서도 1년 사이에 타격 성적이 기록적으로 하락한 경우를 찾아봤다.

이름

연도

타율

하락폭

이름

연도

OPS

하락폭

김민호

1993

0.221

(0.101)

마해영

2000

0.865

(0.249)

박종호

2001

0.241

(0.099)

박종호

2001

0.671

(0.247)

홍문종

1985

0.260

(0.079)

김민호

1993

0.714

(0.230)

마해영

2000

0.294

(0.078)

김한수

2000

0.690

(0.226)

김한수

2000

0.263

(0.077)

홍현우

1993

0.756

(0.219)

* 400 타석 이상

올해 박종호는 타율은 지금은 은퇴한 롯데 김민호의 1993시즌에 이어, OPS는 지난해 마해영에 이어 가장 큰 하락을 기록했다. 위에 언급된 선수들을 비롯하여, 타격 성적이 큰 폭으로 하락한 선수들 대부분은 이듬해 타격 성적이 다시 향상됐다. 내년 박종호 역시 올해에 비해 더 나은 성적을 기록하겠지만, 2000년의 박종호로 다시 돌아올 수 있으리라 단정하기는 어렵다.

3루수 - 홍현우 (타율 0.198 / 출루율 0.310 / 장타율 0.280)

트윈스는 홍현우를 얻기 위해 22억 2천만원(보상금 포함)을 쏟아 붓고 최익성을 포기했다. 그러나 3루-오른손 거포 부재를 동시에 해결할 것이라던 홍현우는 무릎 및 발바닥 부상으로 고작 60경기에 출장하는데 그쳤고, 트윈스에게 22억을 투자한 대가는 22억 짜리 스트레스 뿐이었다. 약속한 4년 가운데 1년은 이미 지났다. 홍현우는 현재 무릎 연골 수술을 받을 예정이다.

유격수 - 김태균 (타율 0.203 / 출루율 0.282 / 장타율 0.246)

아, 옛날이여! 4년이 지난 이야기이지만, 김태균은 349타수에서 홈런 16개-62타점, OPS 812를 기록했었다. 회춘(回春)이라도 하지 않는다면, 후배 박정환에게 레귤러 자리를 양보해야 할 듯.

외야수

박재홍 (타율 0.284 / 출루율 0.377 / 장타율 0.448)

2001 박재홍이 ‘최악’은 물론 아니지만, 가장 실망스러운 선수 가운데 한 명임은 사실이다. 다시 말하면, 박재홍이 지금 이 글에 이름을 올려놓아야 하는 이유는 순전히 그가 지난 몇 년간 너무 뛰어난 타자였기 때문이다. 선구안에 별다른 문제가 없음을 보여주는 여전히 많은 볼넷 개수는 박재홍의 올 시즌 부진이 일시적인 것이라 판단할 근거가 된다. 내년 박재홍은 분명 예전의 박재홍으로 돌아올 것이다.

장원진 (타율 0.285 / 출루율 0.336 / 장타율 0.359)

타율

타석

OPS

장원진

두산

0.285

559

0.695

전상열

두산

0.267

220

0.692

심성보

LG

0.279

247

0.688

많은 장타를 때려내거나 많은 볼넷을 얻어내지 못하는 장원진에게 타율 하락은 치명적이다. 어느 정도 과대평가 되었다 하더라도 지난 2년 간 3할2푼 대의 타율을 유지한 장원진은 분명 좋은 좌익수였다. 하지만 2할대 후반에 머무르는 타율과 OPS 700을 넘을 수 없는 출루율, 장타율은 그가 전상열이나 심성보에 비해 더 나은 것이 과연 무엇인가를 고민하게 한다.

김기태 (타율 0.176 / 출루율 0.314 / 장타율 0.224 / 102 타석)

이승엽의 해외진출이 사실상 좌절됨에 따라 김기태는 소속팀을 옮기게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소식에 따르면 기아, SK 뿐만 아니라 LG 역시 김기태 트레이드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한국시리즈 엔트리에서도 제외되는 등 구단과의 불화도 심각한 수준이라고 한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코칭스태프나 프런트의 관리 능력 부족을 이야기하지만, 타율 0.176의 ‘김기태’와 불화하지 않을 수 있는 코칭스태프나 프런트는 아마 없을 것이다. 이승엽이나 마해영의 존재로 인해 라이온즈는 김기태가 아쉬울 이유가 없다.

자료제공: 후추닷컴

http://www.hooc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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