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책]'수일이와 수일이'

  • 입력 2001년 11월 9일 18시 42분


▼'수일이와 수일이' 김우경 지음/권사우 그림/220쪽 6000원/우리교육(초등 고학년)▼

“옛날 옛날에 한 도령이 살았더래. 이 도령이 산 속 암자에서 과거 공부를 하다가 3년 만에 집에 돌아오게 되었지. 이제 집에서 편히 쉬겠구나 하면서 집에 도착해 보니, 아니 이게 웬일이야, 자기랑 똑같이 생긴 녀석이 이미 집에서 아들 노릇을 하고 있는 게 아니겠어!”

이런 옛이야기가 실제로 일어난다면 어떨까. 나랑 똑같은 사람이 하나 더 있다면 나는 내가 좋아하는 일만 하고 가짜에게는 하기 싫은 일을 대신하도록 시킬 텐데…. 이 책은 이런 상상에서 출발한 판타지 동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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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수일이가 방학 내내 왜 다니는지 모르는 영어며 피아노 학원들에 지쳐갈 무렵, 강아지 ‘덕실이’(내가 아는 강아지 이름 중 가장 매력적인 이름이다)에게 늘 하소연하다가 강아지 말을 알아듣게 된다. 덕실이가 가르쳐 준 놀 수 있는 방법은 가짜 수일이를 만들어 그 가짜를 학원에 보내고 진짜 수일이는 실컷 노는 거였다. 옛이야기에서처럼 손톱 발톱을 쥐에게 먹여 가짜 수일이를 만들고 진짜 수일이는 맘껏 놀아보는데….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가짜 수일이가 인간생활에 적응을 해서 진짜 수일이를 쫓아버렸다.

“그래서 도령의 가족은 진짜와 가짜를 가리기 위해 시험을 했어. 하지만 3년이나 집을 떠나 있던 진짜보다는 가짜가 더 아들 같은 거야.”(옛이야기)

진짜 수일이는 어른들에게 가짜가 있음을 알리지만 어른들은 어느 누구도 귀담아 들어주려 하지 않는다. 가짜는 더 의기양양하다. 맨날 노는 진짜보다는 공부 열심히 하는 가짜를 엄마는 아들이라고 생각하실 거라면서. 더군다나 진짜 수일이는 가짜 수일이의 손톱 발톱을 먹고 쥐가 되어버렸으니. 이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는 것은 전적으로 수일이의 몫이 되어버렸다.

“도령은 스님의 도움으로 가짜를 쫓아내고 아들 자리를 찾았어. 그래서 가족이랑 행복하게 살았대.”(옛이야기)

쥐에서 간신히 자기 모습을 되찾은 수일이. 자기 앞에 닥친 일을 피할수록 더 큰일이 기다린다는 걸 알게 되었는데, 이제 가짜를 제 모습으로 돌려놓고 자기 자리를 찾아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엄마가 다 알아서 짜주는’ 시간표대로 움직이는 요즘 아이들의 놀고 싶은 마음과 놀면서도 편치 않은 마음에 대한 묘사가 가슴에 와 닿는 동화다.

김혜원(주부·서울 강남구 수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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