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허재-강동희 "더 뛰게 해주세요"

  • 입력 2001년 11월 8일 18시 39분


프로농구 삼보 김동욱 감독과 모비스 박수교 감독은 올 시즌 똑같은 고민거리가 하나 있다.

30대 중반에 접어든 주전 허재(36·삼보)와 강동희(35·모비스)의 체력을 감안해 이들의 출전시간을 잘 조절해야 하는 것. 좀 더 코트에 머물고 싶은 마음이야 선수라면 누구나 똑같겠지만 무턱대고 무리하게 뛰게 했다가 지쳐 오히려 팀플레이를 망치거나 부상이라도 입으면 더 큰 화를 부를 수 있다. 그렇다고 이들을 너무 오래 뺄 경우 간판스타 공백에 따라 팀 전체가 흔들릴 수 있어 용병술이 요구되는 상황.

농구 코트에서 황혼기를 맞은 허재와 강동희는 평소 힘이라면 첫손가락을 다툴 정도. 중고교 시절부터 뱀을 밥먹듯 한 허재는 올 시즌을 앞두고는 그 어느 때보다도 훈련에 몰두한 덕분에 35분 정도는 너끈히 뛸 수 있다고 큰소리친다. 밥이 보약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강동희 역시 요즘도 팀 내에서 체력이 가장 좋다는 얘기를 들으며 풀타임 출전도 문제없다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특히 평소 주당으로 알려진 허재와 강동희는 요사이 ‘보리밭’ 근처에도 가지 않는다는 얘기를 들을 만큼 술까지 멀리 하며 체력관리를 철저히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지난 시즌보다 팀당 9게임을 더 소화해야 하는 강행군 속에서 코칭스태프는 적절한 교체로 이들에게 쉴 시간을 주는 데 고심하고 있다.

삼보 김동욱 감독은 매 쿼터 말미에 2분 정도 허재를 벤치로 불러들여 가쁜 숨을 쉬도록 배려하고 있다. 3쿼터까지 6분 정도를 쉬게 한 뒤 승부를 결정짓는 4쿼터에 마지막 힘을 쏟아 붓게 한다는 게 김 감독의 계산.

강동희는 주로 2, 3쿼터에 후배 포인트가드 하상윤 등과 교체돼 벤치를 지키며 경기의 흐름을 지켜보다 막판에 해결사 노릇을 하고 있다.

허재와 강동희는 공교롭게도 올 시즌 20분대를 뛴 경기에서는 나란히 패배를 맛본 반면 30분을 넘긴 경기에서는 모두 이겼다.

지난 시즌 허재의 경기당 평균 출전 시간은 24분25초였고 강동희는 31분23초로 프로 5시즌을 통틀어 가장 적었다. 올 시즌에는 허재가 2경기에서 평균 30분18초를 뛰었고 강동희는 3경기에서 29분59초를 기록했다.

<김종석기자>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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