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종훈/중국어 못하는 駐中외교관

  • 입력 2001년 10월 31일 18시 56분


“중국 ‘외교 사고’는 예상된 인재(人災)였습니다.”

중국 정부가 한국인 마약범을 사전 통보없이 처형한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다가 비난의 십자포화를 받고 있는 외교통상부의 한 관리는 이렇게 자탄했다.

대(對)중국 외교의 허점과 실수는 ‘콩 심은 데 콩 난’격의 당연한 결과란 지적이었다.

물론 ‘인력이 부족하다’는 외교부의 하소연도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외교부에서 중국을 담당하는 동북아2과 직원은 과장을 포함해 고작 7명. 올 들어 마늘분쟁, 오리 수입금지 파동 같은 통상 마찰이 잇따르고 있지만 아태통상과의 중국 담당관은 단 1명뿐이다.

그러나 ‘4강외교’의 중요성을 누누이 강조하면서도 체계적으로 중국 전문가를 육성하지 못한 책임은 누가 뭐라 해도 외교부측이 질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금할 수 없다.

실제로 대중국 외교의 허점은 질(質)의 문제에서 상당 부분 비롯된 측면도 크다.

단적인 예로 우리의 중국 주재 외교관 상당수는 중국어를 구사하지 못한다. 실제로 외교부에서 나간 참사관 6명 중 절반은 전혀 중국어를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스킨십’이 무엇보다 중요한 동양문화권에서 중국어에 능통하지 못한 외교관이 ‘물밑 협상’이나 ‘깊숙한 채널 구축’을 할 수 없으리라는 점은 불문가지의 사실이다.

이 같은 한심한 상황은 정부가 자초한 측면이 크다.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스페인어권에 파견될 외교관은 주재국의 언어로 시험을 통과해야 하지만 중국의 경우 영어와 중국어 가운데 선택하도록 만들어 놓았기 때문. 수교 초기 중국어를 하는 사람이 부족해 만들어진 규정을 10년 가까이 방치해 온 결과다.

다른 관리는 “21세기의 초강대국으로 떠오를 중국을 주시해야 한다고 도처에서 요란하게 떠들고 있지만 정작 준비는 안돼 있는 것이 우리의 외교 현실”이라고 한숨지었다.

이종훈<정치부>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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