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프로야구]양키스가 질수밖에 없는 5가지 이유

  • 입력 2001년 10월 30일 18시 59분


뉴욕 양키스는 지난 96년 월드시리즈에서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에 2연패 후 4연승의 대 역전극을 연출했다. 올 디비전시리즈에서도 ‘패기’의 오클랜드 어슬레틱스를 맞아 홈에서 2경기를 내리 패했지만 기적적으로 3경기를 연달아 승리하는 저력을 발휘했다.

그렇다면 이번 월드시리즈에서도 최후의 승자는 양키스 일까.

미국 최대의 스포츠전문 케이블 TV ESPN이 운영하는 웹사이트 ESPN.com의 칼럼니스트 제이슨 스타크의 대답은 한마디로 “No.”



‘이때까진 좋았는데…’.4년 연속 월드시리즈 진출을 확정지은 뉴욕 양키스 선수들이 서로 얼싸안으며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2연패에 빠진 양키스가 4연패의 수모를 당하지는 않겠지만 뒤집기도 불가능하다는 것이 그의 주장. 스타크는 자신이 애리조나의 우승을 확신하는 근거로 다음의 다섯 가지를 들었다.

▽애리조나는 오클랜드와 같은 어린팀이 아니다.▽

오클랜드를 ‘X세대’로 표현한다면 애리조나는 ‘401-K 세대’로 불릴만 하다.(참고로 401-K는 미국의 퇴직금 제도를 가리키는 것으로 애리조나 선수 대부분이 은퇴를 코앞에 둔 노장들로 구성됐다는 것을 비유.)

오클랜드에는 주력 선수 가운데 30살이 넘은 선수가 없었다. 당연히 고비에서 팀을 이끌 경험과 리더십을 발휘 할 선수도 없었다.

하지만 애리조나는 다르다. 애리조나는 이번 월드시리즈 로스터 25명 중 무려 18명이 30살 이상이다. 마이크 모건 같은 선수는 감독인 밥 브렌리보다 빅리그 데뷔가 3년 빠를 정도.

애리조나에 월드시리즈를 경험한 선수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들은 나름대로는 많은 빅리그경기를 통해 온갖 경험을 축적했다. 천하의 양키스라도 오클랜드전과 같이 단숨에 분위기를 역전시켜 시리즈를 주도하는 일은 기대할 수 없다.

▽에이스의 질(質)이 다르다▽

월드시리즈에서 커트 실링과 랜디 존슨을 각각 두번씩 상대 해야한다는 것은 고문에 가깝다.

양키스의 ‘젊은 리더’ 데릭 지터는 “실링과 존슨은 단순한 퀄리티 피처가 아니다. 그 둘은 현존하는 메이저리그 최고투수다. 우리가 타이틀을 차지하기 위해선 ‘최고’를 물리쳐야 하는데 우리는 그들을 깰수 있다고 확신할 수 없다”고 하소연 했다.

양키스 타선은 1,2차전에서 실링과 존슨을 상대로 53번 타석에 들어서서 단 6안타만을 쳐냈다. 타율은 고작 1할1푼3리.득점은 1점에 머물렀다.

양키스 타선은 안타는 커녕 공을 제대로 맞추지도 못했다.삼진을 19번이나 당했다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볼넷은 두 개 몸에 맞는 공도 하나에 불과했다. 월드 시리즈 역사상 첫 두 경기에서 이처럼 빈타에 허덕인 팀은 레즈를 상대한 1939년 뉴욕 양키스이후 처음이다.

물론 양키스가 앞으로도 애리조나이 ‘원투펀치’에 힘 한번 못써보고 일방적으로 눌린다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올 정규시즌에서 실링과 존슨이 차례로 등판한 경기에서 연패를 당한 것은 8월 피츠버그 파이러츠전 딱 한번뿐이었다는 것은 꼭 명심하자. 양키스에게 행운을 빈다.

▽방망이가 안돌아▽

“양키스의 방망이는 실링과 존슨의 파워 피칭을 따라갈 수 없다.”아메리칸 리그의 한 스카우터가 한 이 말은 양키스를 절망스럽게 만든다.

뉴욕 양키스에도 애리조나 처럼 노장들이 많다. 폴 오닐, 스캇 브로시우스, 데이비드 저스티스 등은 30대 중반을 넘었섰고 티노 마르티네스도 벌써 33세다.불행은 그들의 상대가 실링과 존슨이라는 것이다.

그들은 최고 구속 158km를 던지는 실링이나 존슨의 빠른 볼에 쩔쩔매고 있다. 방망이 스피드가 피칭 스피드를 따라 잡지 못하는 것.

양키스가 애리조나의 ‘원투펀치’를 공략하기 위해선 지터, 알폰소 소리아노, 버니 윌리엄스(윌리엄스도 33세의 많은 나이지만 그의 배트스피드는 여전히 빠르다) 같은 선수들이 제몫을 해줘야 한다. 하지만 이들 모두 정상이 아니다. 특히 양키스를 대표하는 ‘슈퍼스타’인 지터의 부진은 심각하다.

지터는 1,2차전에서 7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문제는 ‘월드시리즈의 사나이’ 지터가 챔피언십 시리즈 포함 24타수 2안타로 부진이 장기화 되고 있다는 것. 지터의 이런 슬럼프는 오클랜드와의 디비전시리즈에서의 그 멋진 수비(펜스에 걸려 관중석으로 넘어지면서 파울 플라이를 처리한)때 다친 팔이 정상이 아니기 때문인것으로 보인다. 물론 그는 “아무문제 없다” 고 부인하지만. 만일 부상이 원인이라면 지터는 월드시리즈 내내 부진한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지터를 제외한 나머지 선수들의 타격성적표도 별반 다르지 않다. 선두타자 척 노블락은 8타수 무안타, 소리아노와 윌리엄스도 각각 13타수 2안타에 머무르고 있다.

▽한방을 갖춘 벤치 멤버가 없다▽

뉴욕 양키스가 월드시리즈에서 승승장구할때를 상기해 보면 대럴 스트로베리, 채드 커티스, 팀 레인스와 같은 뛰어난 벤치 멤버들이 경기 후반 결정적인 찬스에서 적시타를 터뜨리며 분위기를 뛰우던 장면을 기억 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 양키스 벤치에는 그런 역할을 해줄 선수가 없다.

지난 29일 2차전이 좋은 예. 양키스는 8회 1사 1,2루의 득점기회서 루이스 소호를 내세웠다. 소호는 최근 10주동안 10타수 무안타에 그친 수비 전문선수다. 결과는? 병살타로 이닝 끝.

2차전 양키스의 라인업은 평소와 크게 달랐다.좌완 존슨이 마운드에 올라 폴 오닐, 티노 마르티네즈, 데이비드 저스티스가 선발 라이업에서 빠졌던 것. 셋중에 한명을 대타로 내세웠으면 어땠을까.

그러나 큰 기대는 하지마시라. 세 선수가 존슨을 상대로 통산 7타수 무안타에 6삼진을 기록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나면 그들에게 눈길한번 주지않은 조 토레 감독의 심정을 알 수 있을테니까.

▽역사는 반복된다▽

양키스는 월드시리즈에서 첫 2경기를 연달아 내준 적이 모두 7번 있다. 그중 4번은 승부를 뒤집었고 3번은 준우승에 만족했다.

역전우승 확률이 50%가 넘는다. 하지만 다음 기록을 보면 희망 보단 절망이 앞선다.

#1.최근 10년간 월드 시리즈에서 첫 두 경기를 내주고 패권을 잡은 팀은 96년 양키스가 유일하다.

#2. 가장 최근에 홈에서 두 경기를 이기고도 시리즈를 진 팀은 1981년에 있었다. 당시 비운의 주인공도 역시 양키스로 다저스에게 홈 6차전에서 2승 4패로 우승컵을 내줬다.

애리조나처럼 홈에서 2연승한 똑같은 상황에서 24팀이 우승을 차지했고 7팀만이 시리즈를 잃었다.

#3.1985년 이후 15번의 월드 시리즈에서 홈 어드밴티지(1,2·6,7차전을 홈경기로 치르는 것)를 안고 패한 팀은 두 팀뿐이다. 홈 어드밴티지 없이 우승한팀은 1992년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1999년 뉴욕 양키스다. 그러나 두 팀 모두 원정 1,2차전 중 최소 한 경기는 이겼다.

#3. 3차전 선발 로저 클레멘스는 이번시리즈의 ‘키 플레이어’다. 하지만 양키스가 클레멘스에게 운명을 맡기기에는 그의 성적표가 너무 초라하다.클레멘스는 올 포스트시즌 3경기에서 단 1승도 거두지 못했다. 그뿐 아니라 선발투수의 기본적인 임무인 5이닝을 책임진 경기도 없다.

그의 역대 기록도 믿음을 주기엔 부족하다.클레멘스는 포스트시즌에서 팀이 시리즈 전적에서 앞서있을 경우 4승 2패, 방어율 2.62로 괜찮았다다. 팀도 6승 3패의 좋은 성적을 올렸다. 하지만 팀이 시리즈 전적에서 밀리거나 동률일때 등판한 10번의 경기에선 1승 4패, 방어율 4.45로 저조했고 팀도 2승 8패로 부진했다.

어쨌든 주사위는 이미 던져졌다. 모든 것이 양키스에게 불리한 것 또한 사실이다. 하지만 스포츠의 재미는 이변이 연출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양키스가 이번에 ‘진짜 기적’을 일으키지 말라는 법도 없다.

<박해식 동아닷컴 기자>pisto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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