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처진 스위퍼를 중심으로 빗장 걸기에 나섰던 한국축구가 히딩크 감독 취임 이후 일자 수비라인으로 바뀐 데다 송종국 심재원 최태욱 등 대표 신예들의 급상승세가 기존 대표팀 수비라인의 일대변화를 몰고오고 있기 때문.
홍명보는 최근 J리그에서도 수비형 미드필더로 종종 보직을 바꿔 나섰다. 경기 전체를 읽는 시야와 패싱력은 뛰어나지만 세월의 흐름과 함께 스피드가 떨어지면서 공수 간격을 최대한 좁힌 일자 수비 시스템의 적응이 힘에 부치는 기색이 역력한 것.
히딩크 감독은 이달초 대구 합숙훈련이 끝난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공수 간격이 좁은 현대축구의 특성을 감안할 때 홍명보를 리베로로 기용하는 것은 효율적이지 못하다”며 그에 대한 고민을 내비쳤다.
이같은 사정은 히딩크 감독의 선수 기용에서도 드러난다. 1월 칼스버그컵, 2월 두바이 4개국친선대회 때만 해도 홍명보-이민성을 중심으로 중앙 수비라인을 구축했던 히딩크 감독은 5월 컨페더레이션스컵때부터 송종국 최진철 유상철을 번갈아 중앙 수비수로 테스트해보며 대안을 모색해 왔다.
유상철-송종국 카드는 아직 더 점검을 해봐야 하지만 일단은 합격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스피드가 처지는 대신 대인 마크와 패싱력이 좋은 송종국, 체력이 좋고 경험이 풍부한 유상철의 궁합이 맞아들어가고 좌우 수비에는 스피드와 체력, 센터링이 뛰어난 최태욱과 심재원이 오히려 적임자라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허정무 본보 축구칼럼니스트는 “속도와 압박으로 대변되는 현대축구에서 스리백이건 포백이건 더 이상 처진 스위퍼를 두는 시스템은 안통한다”고 수긍하면서도 “아직 우리 수비수들의 역량이 완성단계가 아닌 만큼 일자수비만 고집할 수도 없는 상황으로 상대에 따라 탄력적으로 홍명보를 기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배극인기자>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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