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뉴스]포수 밀러, D백스 2연승 숨은 공신

  • 입력 2001년 10월 30일 10시 42분


월드시리즈 2연승의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는 아직 우승을 장담할 순 없지만 패권을 향한 아주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음에 틀림없다.

애리조나의 많은 야구팬들은 그 승리의 짜릿함을 같이 만끽하기 위해 뱅크원 볼 파크를 찾았지만, 표를 구하지 못한 많은 사람들은 그저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이처럼 인기가 높은 피닉스에서의 월드시리즈. 그렇다면 뱅크원 볼 파크에서 가장 경기를 관전하기 좋은 자리는 어디일까?

사람들은 지레짐작으로 구단주 제리 콜란젤로가 앉아있는 구단주만의 특별석이 아닐까 생각해 보지만 실제 그렇지만은 않다.

왜냐하면 경기장에서 가장 좋은 관람석은 딱 하나밖에 존재하지 않는데 그 자리가 바로 애리조나의 주전 포수 대미언 밀러의 자리이기 때문이다.

무슨 뚱단지 같은 소리냐면 바로 경기를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에 앉아 전체 애리조나의 공-수를 조율한 밀러의 존재야말로 보이지 않는 연승의 주역이라는 뜻이다.

지난 97년 확장 드래프트로 인해 미네소타 트윈스를 떠나 아무 보장도 없는 애리조나로 무작정 향할 수밖에 없었던 밀러. 그는 이후 꾸준한 자기 관리와 뛰어난 수비능력을 바탕으로 어느덧 디백스의 주전 포수로 맹활약하기에 이르렀다.

지난 이틀간 경기에서 사상 최강의 원-투 펀치 듀오 커트 실링, 랜디 존슨과 호흡을 맞춘 그는 16이닝동안 단 6피안타, 1실점밖에 허용하지 않았다. 이것은 물론 실링-존슨의 절정의 기량이 크게 작용한 것이 첫 번째 요인이겠지만, 끊임없이 타자의 성향을 분석하고 두 투수에게 심적인 안정감을 심어준 포수 밀러의 역할 또한 간과할 수는 없다.

밀러가 어떤 스타일의 포수인가 일례를 하나 들어보자. 시리즈 2차전 8회초, 존슨이 셰인 스펜서와 알폰소 소리아노에게 연속 2안타를 허용하고 무사 1,2루 경기 최대의 위기에 봉착했을 때 밀러는 조용히 마운드로 올라갔다.

그리고 밀러는 2안타 후 평정심을 잃은 존슨에게 "너의 능력에 비해 이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그저 땅볼을 유도하면 가볍게 끝난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리고 경기 후 밀러는 "그 순간 존슨은 다소 흥분해 있었다. 나는 그를 진정시키는 데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만 했다. 그것이야말로 승리를 위한 최선의 방법이었다."고 했다.

결과는 후속타자 삼진, 병살타 처리. 급박한 상황 속에 자신의 초조함을 숨기고 차분히 존슨을 진정시킨 그의 현명함이 위기에서 팀을 구해낸 것이다.

이 같은 밀러의 침착성에 대해 브라이언 앤더슨은 "그는 진정한 챔피언이다. 지난 두 경기, 그가 보여준 전혀 다른 볼배합을 보라. 그는 투수를 편하게 해준다."라고 말했다.

모든 공로를 그저 실링과 존슨이 훌륭해서 이루어낸 결과라고만 말하는 밀러. 자신은 이와 같은 당대 최고의 투수들과 이렇게 큰 무대에서 손발을 맞출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너무 행복하다고 한다.

하지만 야구를 아는 사람들은 포수 밀러의 존재가치를 모를 리 없다. 뉴욕 메츠의 마이크 피아자나 텍사스 레인저스의 이반 로드리게스처럼 '롱볼'을 뻥뻥 쳐내지는 못하지만 포수에게 그런 화려함만이 전부는 아니다.

보이지 않는 밀러의 숨은 공로가 디백스의 2연승에 큰 밑거름이 되었다.

저 작 권 자: ICCspor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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