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언론세무조사 저서' 파문 당혹]"하필 한겨레기자가"

  • 입력 2001년 10월 25일 18시 43분


청와대 관계자들은 25일 ‘언론사 세무조사는 현 정권이 사전에 치밀하게 기획한 것’이라는 내용의 한겨레신문 성한용(成漢鏞) 정치부 차장의 저서가 정치권에 파문을 일으키자 몹시 당혹해하는 모습이다.

▽“하필 한겨레 기자가…”〓한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성 차장 저서의 내용은 사실이 아닐 것”이라고 전제한 뒤 “설령 청와대 인사들의 언급이 사실이라고 해도 이런저런 개인적 고충과 감정을 토로한 정도이지, 세무조사 기획을 설명하는 그런 내용은 아닐 것”이라고 주장했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그러나 성 차장의 저서 내용이 ‘언론사 세무조사는 청와대와 무관하게 국세청의 독자 판단에 따라 실시된 것이며, 사전 기획은 있을 수 없다’는 이제까지의 공식입장을 뒤집는 내용이란 점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 관계자는 “야당의 입장에서 보면 그동안 심증으로만 얘기해 온 언론사 세무조사 기획설을 뒷받침할 물증 하나를 얻은 것 아니냐”며 “그만큼 청와대의 입장이 어려워지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성 차장이 그동안 언론 개혁을 적극 주장하면서 동아일보를 비롯한 ‘빅3’ 신문에 대해 비판적 태도를 취해온 한겨레 소속 기자라는 점도 청와대로서는 부담이 되고 있다. 청와대가 성 차장의 저서 내용을 부인하면서도 명예훼손 소송 등 법적 조치를 취하는 데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도 바로 이런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그런 만큼 성 차장 개인에 대한 ‘원망’도 적지 않다. 한 핵심 관계자는 “그런 민감한 내용은 거론된 당사자들이 사거(死去)한 이후나, 정권이 바뀌고 난 뒤에 쓰는 것이 정상 아니냐”며 “지금 이런 시점에서 왜 그런 저서를 냈는지 모르겠다”고 노골적인 불만을 토로했다.

▽‘언론조사 사전 기획’ 언급 장본인은 누구〓성 차장의 저서를 둘러싼 파문이 확대되면서 저서에 인용된 청와대 관계자가 누구인지가 관심사로 대두되고 있다.

성 차장은 자신의 저서에서 ‘98년 한 대통령수석비서관’, ‘올 초 한 대통령수석비서관’ 등 익명 취재원의 발언을 인용해 청와대의 언론사 세무조사 사전 기획을 시사하는 내용을 소개하고 있다.

청와대 내에서 업무상 이 같은 정치적 발언을 할 수 있는 수석비서관은 98년 당시 시점에서는 이강래(李康來) 정무수석, 박지원(朴智元) 공보수석 정도이고 올 초 시점에서는 남궁진(南宮鎭) 정무수석과 신광옥(辛光玉) 민정수석, 박준영(朴晙瑩) 공보수석정도를 꼽을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그 같은 발언을 한 사실이 없다고 강력 부인하고 있다. 이중 ‘여권 핵심 실세’로 알려진 한 당사자는 “국세청 상속세로 (언론을) 뒤집어버리겠다”는 발언 등 성 차장 저서에 인용된 내용들에 대해 “그런 일이 없다”고 부인했다.

<윤승모기자>ys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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