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납치범 대화 내용 입수]

  • 입력 2001년 10월 16일 19시 00분


“우리가 비행기들을 납치했다. 우리는 다시 공항으로 돌아갈 것이다.”

보스턴 로건 공항의 관제사들은 지난달 11일 오전 8시 24분 아메리칸항공(AA) 11편 로스앤젤레스행 여객기로부터 이 같은 메시지를 접수했다. 관제소는 오전 7시 45분 이륙한 AA 11편 항공기가 8시 14분경 레이더로부터 사라지고 교신도 끊어져서 애를 태우던 중이었다.

조종사의 목소리가 아닌 것을 즉각 알아챈 관제사는 “지금 말한 사람은 누구냐”고 되물었다. 그러나 무선 교신기로부터는 아무런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8분이 지난 8시 33분경 교신기로부터 “아무도 움직이지 말라. 우리는 다시 공항으로 돌아간다. 바보 같은 짓 하지 말라”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급해진 관제사들이 재차 누구냐고 물었으나 교신기로부터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간혹 상대방 몇 명이 서로 아랍어로 대화하는 듯한 소리가 들려올 뿐이었다. 마지막 교신이 오가고 15분 후 보스턴 공항 관제소는 뉴욕 세계무역센터(WTC) 북쪽 건물이 납치비행기의 가미카제식 충돌로 불타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 같은 극적 상황은 뉴욕타임스가 테러참사 당일 관제소와 납치 비행기 간의 무선교신 내용을 단독 입수해 16일 공개함으로써 생생히 드러났다. 납치된 4대의 비행기 중 3대는 이륙 후 30분 안에 교신이 두절됐으나 AA 11편만은 계속 교신기가 켜져 있어 조종석에 난입한 납치범들의 생생한 대화 내용을 들을 수 있었던 것. 전문가들은 AA 11편 납치범들이 관제소 교신용 무선 마이크를 기내용 마이크로 착각해 사용했거나 조종사 중 한명이 납치범들이 끈 교신기를 몰래 다시 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편 AA 11편이 폭파된 15분 후 WTC 남쪽 건물을 들이받고 폭파된 유나이티드(UA) 항공 175편 로스앤젤레스행 여객기와 관제소 간의 교신 내용도 공개됐다. 교신기록에 따르면 UA 175편 조종사들은 8시 40분경까지 자신의 항공기가 몇분 후 납치될 줄도 모르고 실종된 AA 11편의 행방에 대해 관제소와 교신한 것으로 밝혀졌다.

<정미경기자>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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