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동근 기자의 여의도이야기]탄저병에 수혜주는 없다

  • 입력 2001년 10월 15일 19시 20분


미국에서 탄저병 환자가 추가로 발생했다는 소식이 15일 대부분 신문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미국에서 일어난 일이고, 한국은 직접 관련이 없지만 이날 만나는 사람들마다 탄저병 확산을 걱정했다. 테마주를 만들어내는 데는 가히 세계 챔피언급인 한국 주식시장이 이같은 분위기를 놓칠 리가 없었다.

지난 주 중반부터 꿈틀대던 이른바 ‘탄저병 수혜주’에 매수 세력이 일제히 몰렸다.녹십자 종근당 국제약품 한올제약 유나이티드 등 제약주들이 가격제한폭까지 상승한 것을 비롯해 마크로젠 바이오시스 이지바이오 대한바이오 대성미생물 등 바이오주들도 대거 상한가에 올랐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미국의 탄저병 발생으로 수혜를 입을 국내 업체는 거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한 제약 담당 애널리스트는 “국내 업체 뿐 아니라 미국이나 기타 외국에서도 실질적인 수혜를 입을 회사는 없다”고 잘라 말한다. 탄저균을 이용한 생화학전이 전세계적으로 광범위하게 일어나지 않는 한 관련 약품을 개발할 필요성이 없다는 것.

탄저병의 특성을 따져보면 그의 설명이 설득력이 있음을 알 수 있다.

탄저병은 흙속에 존재하는 탄저균이 가축을 통해 사람에 전염되는 질환으로 호흡 탄저균에 감염되면 치사율이 90%에 이를 정도로 치명적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우선 좀처럼 발병이 되지 않는다는 것. 제약 회사들이 예방 백신을 대량으로 만들 이유가 없다는 뜻이 된다.

그리고 막상 감염이 되면 얼마전 미국에서 사망한 타블로이드 신문 기자의 경우처럼 부지불식간에 병세가 급속도로 악화돼 목숨을 앗아간다. 따라서 적기에 투여하지 못할바에야 치료제 역시 대량으로 갖춰둘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미국에서 한 제약회사가 치료약을 개발하긴 했지만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미국도 이런 상황인데 국내 제약업체들이나 바이오 업체들의 수혜를 운운한다는건 어불성설이라는 지적이다. 따라서 ‘탄저병 수혜주’는 한 마디로 여태까지 있어왔던 수많은 ‘사이비 테마’ 가운데 하나라는 것.

주식시장은 전쟁터다. 그리고 주식투자는 투자자들 사이에 벌어지는 고도의 심리전이다. 터무니 없는 테마라도 만들어내려는 이들은 다른 투자자들의 동참을 유도해낸다. 대개는 일반 투자자들이 그들의 의도에 이끌려가기 마련이다.

이같은 ‘사이비 테마’를 사이에 둔 투자자간의 심리전은 흔히 누가 먼저 발을 빼느냐에서 승부가 엇갈린다. 자신이 없는 사람은 괜히 쓸데없이 전쟁에 발담그지 않는게 최선이다.

<금동근기자>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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