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책]착한 이웃들의 이야기 '고장'

  • 입력 2001년 10월 12일 18시 33분


고장/김병규 지음 이태호 그림/200쪽 7500원 파랑새어린이

동화책을 고르면서 종종 드는 생각은, 경계가 명확치 않아도 순수문학과 대중문학의 그 미묘한 차이를 성인 독자들이 직관적으로 감지해 내듯, 어린이의 경우도 마찬가지 일 것라는 것이다. 최근 아이들의 학교 생활을 흥미위주로 다룬 창작동화들이 쏟아져나오고 있지만 정작 아이들의 마음 속 감수성을 자극하는 동화를 접하기란 쉽지 않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모처럼 눈에 띄는 ‘따뜻한’ 동화다. 다섯편의 단편과 한편의 중편으로 구성된 이 책은 등장인물부터 요즘 아이들에겐 생소할 따름이다.

☞ 도서 상세정보 보기 & 구매하기

가족 뒷바라지를 위해 자신의 결혼까지 희생하려 했던 이웃집 순지아가씨가 결혼할 수 있게 도와준 ‘세탁소 강씨’, 어린시절 자신은 굶으면서도 없는 돈을 쪼개 아들에게 국밥을 사주시던 어머니, 그리고 그런 어머니를 잊지 못해 산소에 갈 때마다 국밥을 사가지고 가는 ‘뚫어요 아저씨’, 고장난 것은 무엇이든 고치는 ‘센머리 할아버지’와 그를 졸졸 쫓아다니는 고아 소년 ‘수리’….

이 책은 이같은 생소한 등장인물을 통해 풍요한 시대에 태어난 아이들에게 소박함과 삶에 대한 끈끈한 애정을 가르쳐 준다.

저자는 재미있는 구성방식을 통해 독자들의 관심을 높였다. ‘세탁소 강씨’가 주례사를 대신해 자신이 주례를 맡게 된 경위를 설명하면서 과거를 회상하는 방식이나, ‘뚫어요 아저씨’가 자신의 이야기를 친구의 이야기인 것처럼 꾸며 들려주는 방식이 그것이다. 그림도 수묵과 수채화 형식이 적절히 배합돼 차분하면서도 포근한 느낌을 준다.

아이들에게 책을 읽히는 이유는 그저 ‘맞아 맞아’ 정도의 공감을 불러 일으켜 그들에게 잠깐 동안 재미와 오락을 전달하려는 것은 아닐게다. 재미를 넘어선 감동, 그것이 무엇인지를 느끼게 하려면 좋은 책을 고를 수 있는 부모의 혜안이 필요하다. 이야기 자체는 쉽지만 그 속에 담긴 정서를 천천히 음미하려면 초등학교 고학년 정도가 읽기에 적합하다.

<김수경기자>skk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