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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10월 11일 18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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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안택수(安澤秀) 의원의 ‘대통령 사퇴 촉구’ 발언과 현 정권을 ‘친북세력’으로 규정한 같은 당 김용갑(金容甲) 의원의 대정부 질문 원고 내용을 둘러싼 여야 간 갈등으로 국회가 이틀째 파행을 계속했으나 11일 세 차례 총무 접촉을 거치면서 정면 충돌 가능성은 적어졌다.
이날 오전 첫 접촉에서 이만섭(李萬燮) 국회의장은 민주당 이상수(李相洙), 한나라당 이재오(李在五) 총무에게 중재안을 제시했다. 자신이 여야 의원들에게 자극적 발언 자제를 당부하고 안 의원 발언을 속기록에서 삭제할테니 본회의를 열자는 것이었다. 이재오 총무는 이를 수용했으나 이상수 총무는 거부했다.
오후에 열린 두 차례 총무 접촉에서 이재오 총무는 ‘안 의원 대신 내가 사과하겠다’는 타협안을 제시했다. 양측은 이재오 총무의 사과 문안까지 검토했으나 이상수 총무가 ‘반드시 당을 대표해서 사과해야 하고 단순한 국회 파행이 아니라 안 의원 발언 자체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는 추가 조건을 제시, 최종 합의에는 실패했다.
이재오 총무는 회담 후 의원총회를 재소집, 협상 결렬을 보고했다.
그러나 민주당 송훈석(宋勳錫) 수석부총무는 “이재오 총무가 ‘우리 당 안택수 의원 발언과 이로 인한 파행 사태에 대해 원내 대표로서 사과한다. 앞으로 이런 일 없도록 하겠다’고 말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전했다.
총무회담 분위기로만 보면 12일 국회 대정부 질문이 속개될 가능성이 크나, 11일 양당 의원총회의 격앙된 분위기를 보면 아직은 불투명한 측면이 없지 않다. 뿐만 아니라 대정부 질문이 속개된다 하더라도 언제 또 다시 돌출 발언으로 여야가 충돌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송인수기자>issong@donga.com
▼與 "대통령에게 이럴수가"
민주당 의원들은 11일 의원총회에서 한나라당 안택수(安澤秀) 의원의 ‘대통령 사퇴 촉구’ 발언을 규탄하면서 이회창(李會昌) 총재를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한광옥(韓光玉) 대표〓그저께 여야 영수회담에서 안보 민생 경제 문제에 협조하기로 합의했는데 하루도 지나기 전에 국회에서 상식적으로 이해 못할 일이 벌어졌다. 대통령이 6·25 같은 북한의 무력에 의한 적화 통일 기도는 안 된다고 했는데, 뭐가 잘못됐느냐. 의원이 면책특권을 이용해 사실을 왜곡하는 작태는 근절시켜야 한다. 야당 총재도 책임이 있다.
▽이상수(李相洙) 총무〓야당은 ‘김대중 정권’이라고만 불렀지 ‘김대중 정부’라고 부른 적이 있느냐. 이렇게 정권의 정통성을 인정하지 않는 정당과 대화할 수 있느냐.
▽송석찬(宋錫贊) 의원〓내가 이회창 총재의 과거 재판 문제를 거론하며 이 총재의 정계은퇴를 주장하자 한나라당은 6개월 동안 나를 상임위 간사로 선임하지 않았다. 집권당과 청와대를 빨갱이 집단으로 모는 데 대해 사과를 받아야 한다.
▽박상천(朴相千) 의원〓국민통합의 구심점이 돼야 할 대통령에 대해 이렇게 비하하고 능멸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반드시 제재가 뒤따라야 한다.
▽송영길(宋永吉) 의원〓이 총재는 자식 둘을 군대에 안보내고 광복절과 국군의 날 행사에 참석도 안하는 의식으로 어떻게 국정을 운영하겠다는 것이냐. 야당 총재 자격도 없는 사람이다.
▽설훈(薛勳) 의원〓이 총재 부친이 친일행위를 했고, 여순반란 사건으로 구속된 적이 있는데, 이 총재는 부친의 그런 멍에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민족일보 조용수 사장을 사법살인하는데 앞장섰다. 이 총재는 부친의 행적 때문에 레드 콤플렉스에서 못 벗어나 아직도 비이성적으로 행동하고 있다.
▽김태홍(金泰弘) 의원〓안 의원의 발언은 극우의 범주까지도 벗어난, 정신과 육체가 통째로 병든 사람이다. 지금 한가하게 이회창 총재를 나무라고 할 일이 아니다.
▽김경재(金景梓) 의원〓햇볕정책이 친북세력을 만들었다고 하는데, 진짜 그런 것인지 올 12월이라도 국민투표에 부쳐보자.
<윤종구기자>jkmas@donga.com
▼野 "잘못했으면 물러나야"
한나라당 의원들은 11일 의원총회에서 대부분 안택수(安澤秀) 의원의 대통령 사퇴 촉구 발언을 적극 지지하며 이를 문제삼는 청와대와 민주당을 비난했다. 국회 파행을 우려하는 일부 온건론도 있었다.
▽박종웅(朴鍾雄) 의원〓대통령이 잘못했으면 그만두라고 해야 한다. 여론조사 하면 80∼90%가 대통령이 잘못한다고 한다. 대통령이 잘못하면 언제든지 물러나야 한다.
▽심재철(沈在哲) 의원〓사퇴 주장은 지극히 당연하다. 국회가 공전하든, 우리 당과 자민련만으로 본회의를 진행하든 마찬가지이다.
▽김용균(金容鈞) 의원〓시중엔 대통령의 대북(對北) 지원이 많으니 대통령 재산을 차압해야 한다는 말도 있다. 여당이 발목을 잡고 있다.
▽이병석(李秉錫) 의원〓해명할 사람은 대통령이다. 이회창 총재의 정계 은퇴를 요구하면서 없는 사실을 날조해 공격하는 민주당 의원들의 발언을 모두 속기록에서 삭제해야 한다.
▽이원형(李源炯) 의원〓청와대 지시로 국회가 파행됐으니 모든 책임은 청와대가 져야 한다. 여소야대(與小野大)에서 여당에 끌려 다니면 안 된다.
▽안상수(安商守) 의원〓미국의 보복 전쟁과 경제난으로 국민이 불안해 하고 여야 영수회담도 있었던 만큼 안 의원의 발언 시점은 적절치 않은 면이 있다. 국회가 파행되면 여야가 함께 욕을 먹는다. 유연하게 대처하라.
▽신영국(申榮國) 의원〓국민은 국회를 정상화하고 나라와 국민을 위해 고민하는 모습을 더 좋아한다.
▽안택수 의원〓시점이 적절치 못했다는 부분은 생각이 다르다. 사과는 절대 못하나 총무가 대신 사과하는 방법도 있다. ▽이강두(李康斗) 의원〓여당이 대통령 지시를 받고 저런다면 민주정치의 근간을 흔드는 중대 사태이다.
▽권기술(權琪述) 의원〓대통령에게 문제가 있을 때 퇴진 요구를 못한다면 그것이 국회냐. 화전(和戰) 양면 작전을 구사해야 한다.
▽권철현(權哲賢) 의원〓민주당 설훈 의원이 이 총재 부친에 대해 말했는데, 당시 이 총재 부친은 모함으로 재판을 받아 무혐의 처리된 바 있다. 설 의원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할 방침이다.
<송인수기자>i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