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왜 이런 참사가

  • 입력 2001년 10월 9일 18시 39분


엊그제 남해안을 통해 국내로 밀입국하려던 중국인과 우리 동포 60명 중 중국인 25명이 비좁은 배 밑 그물창고에서 질식사한 뒤 수장(水葬)됐다는 보도는 우리를 경악하게 한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끔찍한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개탄스럽다.

밀입국자들은 바다 위에서 보낸 8일 동안 곰팡이 낀 빵 2개와 밥 한끼만을 먹었다고 한다. 그나마 환기가 잘돼 참사를 면한 옆 칸 생존자들은 “그물창고에서 살려달라는 소리를 들었지만 선원들은 문을 열어 주지 않았다”고 했다. 더욱 가증스러운 것은 선장과 선원들이 시신 25구를 바다에 버렸다는 사실이다. 도망간 국내 알선책을 포함해 반인륜적인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을 철저한 수사로 색출해 엄단해야 한다.

바닷길을 이용한 밀입국 시도를 근원적으로 봉쇄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며 밀입국 알선 조직 또한 갈수록 지능화하고 있는 추세임을 부인할 수 없다. 따라서 해안 경비의 보다 효율적인 방안 수립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이번에도 당국은 주민신고가 있기 전까지 밀입국자들의 동태를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6월 말 탈북자를 포함한 중국 동포 108명이 서해안에 밀입국한 뒤 잠적했을 때와 똑같은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당국은 언제까지 밀입국 단속의 어려움만 토로하고 있을 것인지 묻고 싶다.

이번 기회에 당국은 해경과 해군, 지역 경찰 등으로 분산돼 있는 밀입국 단속 업무의 일원화 등 포괄적 개선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밀입국 알선 조직의 뿌리를 소탕하려면 중국 공안당국과의 정보 교환 등 공조 체제 강화도 필요하다.

중국에서 밀입국 행렬이 끊이지 않는 것은 그들이 갖고 있는 막연한 ‘코리안 드림’탓이 크다. 법무부 관계자는 현재 국내에는 중국 동포 불법 체류자가 6만4000여명에 달한다고 추산하지만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많으리라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거금을 내고서라도 밀입국에 성공하면 내국인들이 회피하는 3D 업종이나 서비스 업종에 취업해 그보다 훨씬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상황이 계속되는 한 밀입국은 계속 시도될 게 분명하다.

그런 점에서 이젠 국내 불법 체류자에 대한 범정부 차원의 대책도 강구돼야 할 때다. 인력난에 허덕이는 3D업종 중소기업의 사정을 감안해 외국인 근로자가 합법적으로 체류할 수 있는 기회를 넓혀주는 대신 불법 밀입국에 대해서는 더욱 엄격하게 대응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