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장의 명품이야기]유럽왕족 즐겨입는 '발렌티노'

  • 입력 2001년 9월 27일 18시 58분


발렌티노가 첫선을 보인 무대는 1962년 프로방스의 피티궁에서 열린 패션쇼였다.

신인 디자이너였기 때문에 관례대로 마지막날 마지막 순서로 열린 이 쇼는 당시 패션계의 유행과는 완전히 구분되는 의상들을 선보였다. 크림색 모래빛 베이지 등의 무채색을 입은 남녀 모델들은 ‘독특한 신비스러움’으로 충격을 던졌다.

‘흰색만의 패션쇼’라는 이 희귀한 아이디어는 바이어들이 거의 빠져나간 마지막날 열렸는데도 상당한 규모의 비즈니스가 이뤄졌다. 예술성과 상업성을 동시에 인정받았다는 평가. 저널리스트 중 한명은 그의 작품을 ‘자생하는 귀족적인 창백함과 같다’고 했는데 말그대로 발렌티노의 특징을 가장 잘 표현한 말이다.

발렌티노 가리바니는 1932년 이탈리아 북부에서 전기 부품상의 아들로 태어났다. 미술과 디자인에 관심이 많았던 발렌티노는 17세에 프랑스로 건너가 미술학교와 꾸뛰르(couture:특정한 사람과 용도를 위한 고급 맞춤복)양성학교를 다녔다. 장 데쎄와 기라로쉬에서 보조디자이너로 경험을 쌓고 1959년 이탈리아로 돌아와 자신의 아틀리에를 시작했다.

그는 실용적인 이탈리아의 장인정신과 장식적인 프랑스의 꾸뛰르 정신을 잘 조화시켰다. 이탈리아 디자이너로는 유일하게 꾸뛰르 사업을 전문분야로 성공시킨 디자이너였다. 이탈리아 직물에 프랑스 자수를 사용했고 대조와 과장의 기법을 사용하는 등 패션요소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 발렌티노의 의상들은 유명인사들이 즐겨 입는다. 오드리 햅번, 재클린 케네디, 엘리자베스 테일러, 샤론 스톤, 니콜 키드먼 등과 여러 유럽의 왕족들이 발렌티노의 고객이었다.

“나는 여성 예찬자이다. 그녀들은 물론 남편들의 마음까지 사로잡는 매혹적이며 우아한 옷을 만드는데 열중한다.”

발렌티노의 디자인 철학은 이 말처럼 여성의 아름다움을 부각시키는 것이었다.

꽃을 모티브로 한 의상, 붉은 색으로만 이뤄진 드레스 등 세월의 흐름에 오히려 새로워지는 발렌티노는 뉴욕 패션어워드의 평생공로상을 수상했고 패션계의 산 증인으로 존경받고 있다.

67년에 기성복을 시작해 패션 잡화 등 이제 거대기업이 돼버린 발렌티노가 변함없이 여성들에게 사랑받는 이유는 그가 여성을 사랑하기 때문일 것이다.

장 현 숙(보석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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