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새얼굴]'사이버 조폐공사'…이코인

  • 입력 2001년 9월 26일 19시 15분


이코인이 네트워크형 전자화폐업체로는 처음으로 코스닥시장에 들어온다.

소비자가 미리 돈을 내고 구입한 뒤 나중에 이를 온라인상에서 사용하는 선불방식인 네트워크형 전자화폐업체는 국내에만도 30여개에 이른다. 높은 수준의 기술력을 요하는 시장이 아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진입장벽이 낮으나 브랜드인지도와 마케팅력 부족 등에서 고전하는 기업들도 적지 않은 편. 제대로 활동하는 곳은 15개 남짓에 불과한 실정이다.

당초 10월말 등록 예정이었던 이코인은 부진한 코스닥시장 상황을 고려, 최근 일정을 조정해 10월 29일과 30일 공모주 청약을 거쳐 11월 20일 등록될 예정이다. 예정발행가(액면가 500원)는 3000∼4300원으로 공모물량은 170만주. 공모금액이 51억∼73억원에 이른다. 본질가치는 2747원.

이코인은 흔히 사이버 조폐공사에 비유된다. 온라인공간에서 유통되는 전자화폐를 스스로 발행하기 때문이다. 99년 8월 설립된 이코인이 발행중인 평균 전자화폐 잔고는 100억원 가량. 지난해 좋은 조건으로 투자를 유치해 100억원의 현금을 보유중이다.

예를 들어 1만원짜리 전자화폐를 산 소비자가 유료콘텐츠 구입에 이를 사용했다면 대략 1700원이 이익으로 남는다. 또한 전자화폐를 돈주고 사놓고도 이를 사용하지 않는 ‘낙전수입’과 전자화폐를 판매한 시점으로부터 실제로 사용되기까지의 기간 동안의 수수료수입 등도 주된 수익원으로 꼽힌다. 특히 낙전수입은 정상판매시 10%, 대기업 판촉용의 경우 40%에 이를 정도로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코인의 사업영역은 전자화폐 발행이 전체 매출의 70%, 전자결제솔루션 구축이 30%를 차지하며 기존의 어음결제를 전자화폐로 대체하는 B2B(기업간 전자상거래)사업를 시작, 현재 시범서비스중이다. 이코인을 사용할 수 있는 400여개 유료콘텐츠 인터넷사이트와 은행 편의점 PC방 서점 등의 광범위한 오프라인 전자화폐판매점망을 확보한 점도 경쟁력으로 꼽힌다.

이코인이 주력하는 네트워크형 전자화폐가 전자화폐의 주류가 아닌 틈새시장이라는 점은 걸림돌이다. 전자화폐 담당 애널리스트는 “2005년까지 비자와 마스터카드가 현재의 마그네틱선 신용카드를 IC칩 카드로 모두 바꿀 것”이라며 “결국 전자화폐시장은 IC칩 카드가 이끌어갈 것으로 보여 네트워크형 전자화폐는 과도기 단계에 놓여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이코인의 선두업체이기는 하나 대기업 판촉용 전자화폐의 낙전수입이 지나치게 높다는 점은 공짜로 나눠줘도 쓰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이코인측은 “IC칩 카드의 보편화는 예상보다 늦어질 전망”이라며 “청소년층 등 신용카드를 발급받지 못하는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한 틈새시장은 계속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성동기기자>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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