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화제]양궁하면 역시 한국…남녀개인전 제패

입력 2001-09-21 18:26수정 2009-09-19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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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 하늘에 애국가가 두 번이나 울려퍼졌다.

한국 양궁이 제41회 세계양궁선수권대회 개인전 남녀 결승에서 2개의 금메달을 휩쓸며 세계최강의 실력을 입증했다.

한국은 21일 중국 베이징양궁센터에서 열린 여자부 결승에서 박성현(18·전북도청)이 대표선배 김경욱(현대 모비스)을 꺾고 금메달을 따낸 데 이어 남자결승에서도 연정기(25·두산중공업)가 프랑스의 리오넬 토레스에 1점차의 극적인 승리를 거둬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로써 한국은 세계선수권에서 여자 개인전은 97년부터 3연패, 남자 개인전은 93년부터 5연패의 위업을 달성했다. 여자결승전은 지난해 시드니올림픽 준결승에서 ‘겁없는 신예’ 윤미진이 ‘신궁’ 김수녕을 물리친 경기의 ‘재판’. 이날 결승에서도 패기가 관록을 앞질렀다.

최종사선에 나란히 선 대표팀 막내 박성현과 96년 애틀랜타올림픽 2관왕의 베테랑 김경욱. 한국선수끼리의 ‘집안싸움’은 93년 터키 안탈리아대회 이후 8년 만이었다.

3엔드(3발씩 쏘는 게 1엔드)까지 9발을 쏜 결과 83-83으로 동점. 4엔드 첫 발에서 박성현은 9점을 쐈고 김경욱은 10점을 쐈다. 나머지 2발은 나란히 9점씩 쏴 전광판 스코어는 111-110으로 김경욱의 승리. 하지만 마지막 3발을 쏜 뒤 심판이 과녁으로 가서 최종점수를 확인한 결과, 박성현이 쏜 4엔드 첫 발이 9점이 아닌 10점으로 확인돼 점수가 111-111 동점으로 정정됐다. 한 발씩 쏴 승부를 가리는 연장전 슛 오프에서 두 차례 동점 끝에 세 번째 활을 김경욱이 7점을 맞힌 반면 박성현은 10점짜리 골드과녁에 활을 정확히 쏘아 금메달을 확정지었다.

‘항명파동’으로 대표 2진급이 출전해 큰 기대를 걸지 않았던 남자 양궁에선 연정기의 파이팅이 돋보였다. 연정기는 8강전에서 세계랭킹 1위인 러시아의 쉬렘필로프를 꺾는 파란을 일으켰고 준결승에선 93년 세계선수권자 박경모를 115-113으로 누르고 결승에 진출했다.

결승상대는 전 세계챔피언 토레스. 3엔드까지 3점차로 앞섰던 연정기는 마지막 4엔드 3발을 모두 10점에 맞힌 토레스의 막판 추격에 흔들리지 않고 차분히 9-10-9점을 쏴 1점차로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한편 박경모는 3, 4위전에서 이탈리아의 디 부오를 110-109로 누르고 동메달을 차지했다. 한국은 22일 열리는 남녀 단체전에서 다시 한번 금메달을 노린다.

<김상수기자>ssoo@donga.com

▽박성현은…넘치는 힘 두둑한 배짱 쑥쑥크는 겁없는 새내기▽

올해 초 열린 국가대표 선발전. 경기 중 활을 못 쓰게 된 박성현(18·전북도청)은 남자선수인 김청태의 활을 빌려 게임을 계속해 주위를 놀라게 한 적이 있다. 그만큼 박성현의 스타일은 ‘남성적’이다. 1m70, 72㎏의 당당한 체구를 자랑하는 그가 사용하는 44.5파운드, 70인치짜리 활은 여자대표 선수의 활중 가장 무겁고 길다.

정필우 대표팀감독은 “과거 어느 여자선수보다도 파워있게 활을 쏘는 선수”라며 “큰 경기에서도 과감하게 경기를 치르는 배짱도 장점”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군산토박이’인 박성현은 올해 전북체고를 졸업한 뒤 전북도청에 입단한 실업 1년차로 국제대회 경험이 5월 열린 코리아국제양궁대회가 처음. 하지만 하루가 다르게 실력이 쑥쑥 늘고 있는 ‘무서운 10대’다. 전북도청 서오석 감독의 지도아래 올초 종별선수권에서 우승했고 대표선발전도 1위로 통과했다. 지난달 대표팀 연습경기에선 비공인 세계신기록을 세우고 남자선수들과의 대결에서도 승리하는 등 이번 세계선수권을 앞두고 최상의 컨디션을 보였다.

박성현은 금메달을 따낸 뒤 “8강전에서 조금 긴장했을 뿐 경기를 치를수록 떨리지 않았다”며 신예답지 않은 당당한 모습을 보여줬다.

▽연정기는…항명파동으로 대타 출전 뒤늦게 기량 활짝▽

연정기(25·두산중공업)은 ‘대기만성형’ 선수.

초등학교 4학년때부터 활을 쏴 비교적 오랜 운동경력에다 실력도 있었지만 그동안 때를 못 만나 빛을 보지 못했다. 국가대표 경력도 후보로는 소속이 돼있었지만 1진으로 발탁이 되기는 이번이 처음.

아이러니컬하게 그가 태극마크를 달게 된 건 소속팀 3년 선배인 김보람이 ‘극기훈련 항명파동’으로 태릉선수촌에서 퇴출된 때문이었다.말하지만 선배의 ‘대타’였던 셈.

그동안 굴곡있는 경기운영이 단점이었던 연정기는 대표팀에 합류한 뒤부터 안정적인 기록을 내며 세계선수권에서의 가능성을 높여왔다. “남자선수들 가운데 가장 기복없이 꾸준한 기량을 보여왔다”는 게 문형철 국가대표 남자코치의 얘기.

연정기는 1m73, 70㎏으로 파워넘치는 활을 구사하는 스타일. 소속팀의 최근철감독은 “지지대 역할을 하는 왼쪽팔의 고정이 단단하고 승부근성이 뛰어난 선수”라고 평가한다.

<김상수기자>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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