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신승남 검찰총장의 거취

  • 입력 2001년 9월 19일 23시 07분


현직 검찰총장의 동생이 횡령 및 주가조작 혐의로 구속된 이용호씨 회사에 취직해 6600여만원을 받은 사실이 드러남으로써 이씨의 구명 로비가 전방위적으로 이루어졌음이 확인됐다. 이씨가 인수합병(M&A) 전문가도 아닌 검찰총장의 동생을 사장으로 채용해 스카우트 비용과 두달치 월급 명목으로 제공한 거액은 상식에 비추어 사건을 무마하기 위한 돈이라는 인상이 짙다.

신승남(愼承男) 검찰총장은 “사전에 아무 것도 몰랐다”며 “아버지도 아들을 마음대로 못 다스리는 마당에 나는 잘못이 없다”고 말했으나 적절한 발언은 아니라고 본다. 물론 지금까지 드러난 것만을 놓고 보면 신 총장에게 법적으로 문제될 것은 없고 분통 터지는 심정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나 고위 공직자는 스스로는 물론이고 가족과 친인척을 엄격하게 관리할 도덕적 책무가 있다.

전직 대통령들을 비롯해 이 나라의 고위 공직자들이 아내 아들 동생 관리를 잘못해 대형 비리의혹 사건으로 나라를 뒤흔들어 놓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사인(私人)과 달리 고위 공직자는 가족과 친인척이 불법적인 로비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항상 조심해야 한다. 아들도 마음대로 못하는 것이 세상 이치이지만 처자와 친인척이 직책을 이용해 비리를 저질렀을 때 면책 받는 이유가 될 수는 없다.

검찰의 총수가 동생이 연루된 사건을 제대로 지휘해 국민적 의혹을 풀어줄 수 있겠느냐 하는 의문이 생긴다. 이 사건을 어디에 배당하더라도 검사동일체의 조직에서 검찰총장은 수사의 최종 지휘자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검찰이 아무리 철저하게 수사하더라도 국민이 그 결과를 순순히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다.

두 야당은 검찰의 수사가 막 시작된 이 사건에 대해 공정한 수사가 이루어질 수 없다는 이유로 국정조사와 특별검사 제도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시민단체도 검찰이 스스로 키운 의혹을 해명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특검으로 풀어야 한다는 성명을 냈다. 갈수록 여론이 악화되고 있는 이 사건에 대해 검찰이 공정한 수사를 수행하고 국민이 수사결과를 믿도록 하기 위해서는 신 총장 스스로 거취와 관련해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지 심사숙고가 있어야 할 것이다.

이번 사건은 지연 학연 등 각종 연줄이 얽힌 전방위 로비임이 드러나면서 의혹은 눈덩이처럼 부풀고 있다. 최경원(崔慶元) 법무부장관이 언명한 대로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철저한 수사와 감찰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이미 A급 태풍으로 확대된 ‘이용호 게이트’를 걷잡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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