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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9월 18일 18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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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바람이 제법 선선하게 불어오던 13일 오전 11시. 안양베네스트CC(경기 군포) 뒤편에 마치 유럽의 농가처럼 호젓하게 자리잡은 삼성전자 승마단 마방.
마방에서 불쑥 갈색 말 한 마리가 나오더니 사관생도처럼 또박또박 걷는다. 허리를 곧게 편 기수 역시 도도해 보이긴 마찬가지.
삼성전자 승마단 마장마술 코치 겸 선수 신창무씨(38). 비록 마장마술 승마복인 중절모와 연미복은 입지 않았지만 기름이 자르르 흐르는 말 등 위에 탄 그의 모습은 영국신사를 연상시킨다.
국가대표인 신코치는 그동안 아시아경기대회에서 금은동메달 각각 2개씩 총 6개나 따낸 베테랑 선수. 마장마술이란 말과 선수가 얼마나 호흡을 맞춰 정확한 걸음걸이와 율동성을 보이느냐를 겨루는 경기. 신코치는 이렇게 하루종일 말과 함께 ‘일심동체’연습에 열중한다.
#오후엔 터프가이
같은 날 오후 6시 성남 분당 율동공원 옆 야산. 울긋불긋한 사이클복을 입은 신씨가 씩씩거리며 산악자전거(MTB)로 산길을 오른다. 곁에선 신코치의 ‘축소판’ 인 외아들 한결이(7세·분당초림교 1년)도 쉴 새 없이 페달을 밟는다.
일과시간 내내 말잔등 위에서 씨름을 한 신코치는 오후 5시 퇴근 후 집으로 돌아와 밥 한공기를 후딱 비워버리고 이렇게 MTB 위에 올라탄다.
“전 원래 타는 걸 좋아해요, 물론 오전엔 생명처럼 좋아하는 말을 ‘하지않으면 안되기 때문에(직업)’ 타고요, 오후엔 ‘정말 좋아하기때문에(취미)’ MTB를 타지요, 하하하.”
98년 선물받은 자전거가 고장나 찾아간 자전거점에서 MTB를 소개받고 타기 시작했다는 그는 MTB를 타며 체력운동은 물론 마장마술에도 큰 도움이 됐단다. 마장마술과 MTB의 공통점은 뭘까? 말에게 의사전달하는 방법은 말허리를 감싼 다리로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힘을 주는 것.
“MTB로 등산로(싱글트랙)를 올라가보세요, 이 땐 힘이 중요한게 아니고 얼마나 밸런스를 잘 잡느냐가 중요해요, 마장마술에서도 마찬가지에요.” 그래서 그는 적어도 한달에 한번은 강원도 등산로를 타기위해 MTB 등반길에 나선다.
#아들과 데이트 하는 행복감.
그가 MTB를 즐기는 이유 중 또 하나는 외아들 한결이와의 오붓한 시간을 위해. 올해 4월 자신이 가지고 있던 MTB 두 대를 분해해서 동호인 벼룩시장에서 교환, 아들의 자전거를 만들어줬다.
다행히 MTB 타는 것을 좋아해 아빠의 저녁 나들이에 빠지지 않고 따라나온단다. 물론 끝엔 힘든지 찡찡거리긴 하지만….
유난히 비가 많았던 올 여름. 비가 올때마다 한결이가 자전거 타러 나가자고 해서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비올 때 자전거 타면 바퀴에서 물총처럼 물이 막나가쟎아요” 한결이의 ‘우중 MTB타기’ 예찬론.
아내 오정민씨(33)도 올해 MTB에 도전할 생각이란다. “강원도 원정길에 몇번 따라갔는데 부자끼리만 정답게 지내는게 은근히 얄밉더라고요.”
<전창기자>j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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