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마당]정몽준/내년 월드컵 '숨은 적' 없을까

입력 2001-09-16 19:06수정 2009-09-19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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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발생한 테러 소식을 접하면서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인 1998년 7월 미국 의회에 제출된 ‘럼스펠드 보고서’가 떠올랐다. 이 보고서는 1997년 7월 미 의회와 중앙정보국(CIA)이 공동 발족시킨 ‘미국에 대한 탄도미사일 위협 평가위원회’가 2년여의 조사 끝에 제출한 것이다. 이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위원 9명 중에는 위원장인 도널드 럼스펠드 현 국방장관을 비롯해 폴 월포위츠 현 국방차관 등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주요 인사들이 포함돼 있어 부시 행정부의 외교안보정책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이다.

이 보고서의 주 의제는 미국이 탄도미사일 위협에서 과연 안전한가 하는 문제였다. 보고서는 러시아 중국 같은 기존의 핵보유국과 불량국가들로부터의 위협이 예상보다 매우 심각하다고 지적하고 미국이 정보수집 능력을 제고할 것을 촉구했다. 보고서에의하면이들국가는상호협력(Study Group)을 통해 미사일 개발 기술을 발전시키고 있다면서 5년 이내에 미국에 파괴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미국이 5년이라는 기간 내에 전혀 대비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지적하고 이는 미국의 정보수집 능력 퇴화 때문이며 상황 발생시 미국의 대처 능력이 크게 떨어진다는 것이 보고서의 내용이다.

이 보고서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미사일 자체에 대한 설명이 아니다. 그보다는 한 국가를 혼란에 빠뜨릴 수 있는 위협적인 요인들이 상호협력을 통해 전 세계로 빠르게 확산되고 발전해 가고 있다는 점이고, 이에 대비하기 위한 사전 정보수집 능력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부분이다. 보고서는 이 같은 ‘흐름’에 탄도미사일을 대입시켜 세계의 경찰임을 자부하는 미국이 잠재적 위협에 놓여 있다고 경고한 것이다. 그 경고는 비록 미사일은 아니지만 사상 유례 없는 테러공격으로 이번에 현실로 나타났다.

이번 사태에서 본 것처럼 사실 실제적인 위협은 새롭게 개발되는 무기보다 손쉽게 확보할 수 있고 그 기술이 별다른 제한 없이 유포되고 있는 재래식 무기에서 더욱 현실화되고 있다. 최근 미 의회연구소인 평화연구소(USIP) 솔로몬 소장을 비롯한 미국의 아시아 관계 전문가들과의 대화에서도 이들이 남북한 양측에서 보유하고 있는 재래식 무기의 파괴력을 상당히 우려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미국은 이제 응징 절차를 밟아갈 것이다. 지금 미국의 안보팀은 걸프전 당시 국방장관이었던 딕 체니 부통령, 합참의장이었던 콜린 파월 국무장관, 국방부 정책 담당 차관이었던 월포위츠 국방차관 등이 주축이 된 ‘걸프전팀’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내부적인 결속력이 강한 팀이다.

우리는 지금 전 세계인이 참여하는 2002년 월드컵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지구촌 곳곳에서 서로 다른 신념과 문화를 가진 모든 이들이 참여하는 행사인 만큼 안전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완벽한 사전 준비를 해야만 한다. 특히 이번 사태를 통해, 숨겨진 적으로부터의 테러 위협을 재인식해 우리의 대비 태세를 다시 한번 점검해야겠다.

정 몽 준(2002년 월드컵 조직위원장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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