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팀]김도훈 "이젠 내차례"

  • 입력 2001년 9월 14일 18시 35분


결전을 앞둔 한국축구대표팀에서 선수가 스타팅라인업에 들고 못들고는 훈련 때 짐작할 수 있다. 두 개조로 나뉘어 전술훈련을 할 때 조끼를 입은 팀이 다음날 출전할 ‘베스트 11’이라고 보면 틀림없다.

이 점에서 ‘완산폭격기’ 김도훈(31·전북 현대모터스·사진)은 ‘격세지감’을 느낀다. 10일부터 나이지리아와의 평가전을 위해 훈련하는 도중 한번도 조끼를 입어보지 못했기 때문. 국내 최고연봉(3억3500만원)에 지난해 K리그 득점왕(12골)에 올랐던 그가 훈련 때마다 ‘조연’역할만 한 것.

결국 13일 열린 나이지리아와의 평가전에서 벤치만 지켰다. ‘히딩크 사단’이 출범한 뒤 ‘베스트11’을 놓쳐본 적이 없던 김도훈으로선 자존심 상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럴 만도 했다. 지난달 체코전에서 죽을 쑤는 바람에 거스 히딩크 감독의 눈밖에 났다. 또 K리그에서 소속팀 전북이 최하위(승점 12·2승6무11패)에서 허덕이고 있는 이유도 김도훈의 부진과 결부돼 있다. 5골을 넣었지만 결정적인 순간엔 골을 잡아내지 못한 것.

그런 김도훈이 14일 부산월드컵경기장 보조구장에서 열린 전술훈련부터 조끼를 입었다. 16일 부산에서 열리는 나이지리아와의 2차평가전에 최전방 공격수로 투입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1차전을 끝내고 일본으로 돌아가는 황선홍(가시와 레이솔)과 최용수(제프 유나이티드), 안효연(도쿄퍼블상가) 등 J리거들의 빈자리를 채워줄 선수는 김도훈밖에 없다는 히딩크 감독의 판단 때문.

김도훈에겐 자존심을 회복할 절호의 기회. 특히 순수 ‘국내파들’만으로 아프리카의 강호 나이지리아를 상대하기 때문에 공격 선봉을 이끌 그의 역할은 더욱 커진다. 더욱이 1차전에선 나이지리아 선수들이 시차적응에 실패해 후반전에 급격히 체력이 떨어졌지만 2차전에선 선수들이 컨디션을 회복할 것이기 때문에 그의 어깨는 더 무겁다.

<양종구기자>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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