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자 세상]영어가 뭐기에…

  • 입력 2001년 9월 10일 18시 35분


박모씨(26)는 최근 외국계 회사에 다니는 대학선배 신모씨(27)를 찾아갔다.

“후배가 왔는데 내가 맛있는 거 ‘스폰’ 안할 수 없군. 가자.”

점심식사를 마치고 카페로 자리를 옮겼다.

“요즘 다들 취직 안된다며? 마냥 ‘나이브’한 시각으로 접근할 문제도 아니겠지만, 너무 ‘스켑티컬’하게 볼 것도 없어.”

신씨의 충고가 이어졌다.

“‘레주메’는 잘 만들어놨지? 일단 여기저기 ‘어플라이’해 봐.”

박씨가 신씨에게 물었다.

“일하시기는 어때요?”

“‘아웃’되지 않으려면 열심히 해야 돼. ‘보스’가 보채지, 직속 ‘매니저’들이 알아보라는 ‘데이터’는 수시로 ‘피드백’해 줘야지, ‘클라이언트’들은 또 어떠냐면….”

마침 신씨가 커피를 조금 흘렸다.

“‘웁스!’ 아가씨, 여기 휴지 좀 주세요.”

박씨가 화제를 돌렸다.

“다음주에 농구나 한판 해요, 형.”

“그래, 다음주 토요일날 ‘오프’니까. 그 날 보면 되겠다.”

박씨는 그 날 오후 영어학원에 가서 ‘중급 미인회화’ 주말반을 서둘러 등록했다.

<조인직기자>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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