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정감사 똑바로 하라

  • 입력 2001년 9월 9일 18시 42분


민주당과 자민련의 공조 붕괴로 여소야대 구도 속에 치러지는 이번 국정감사는 이 정부가 받는 사실상 마지막 국감이다. 그러나 여권 개편, 언론사 세무조사, 10·25 재선거 등으로 여야 의원들의 상당수가 국감에 신경을 덜 쓰는 분위기인 것 같아 걱정스럽다. 김대중 정부 3년 반을 평가하고 마무리 국정 방향을 제시해야 할 국감이 시작되는 오늘 여야 모두 새롭게 자세를 가다듬어야 한다.

이번 국감은 여야가 국정감시 및 협력의 새로운 틀을 짤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두 야당이 합의하면 국감과 관련한 의사 결정을 주도할 수 있기 때문에 여당에 부담이지만 그만큼 야당의 책임도 무겁다.

한나라당은 원내 제1당으로서 정부의 경제 대북 보건복지 언론 정책의 공과를 따지고 오류와 비능률을 바로잡을 책임이 있다. 여당인 민주당은 정책 실패가 부각되는 것이 부담스럽더라도 정부를 싸고도는 방탄 국감으로 끌고 가서는 안된다. 비록 원내교섭 단체의 지위는 상실했지만 캐스팅 보트를 가진 자민련의 책임과 역할도 중요하다.

지방 공무원들이 국감에 반대하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유감이다. 지방자치단체에 이관해준 국가사무와 지방교부금이 적법하게 집행됐는지를 감사하는 것은 국회 고유의 권능이다. 헌법재판소에서 합헌으로 판가름났음에도 불구하고 지방 공무원들이 불법적인 거부운동을 벌이는 일이 용납돼서는 안된다.

국감 방식에도 시정할 점은 있다. 다른 행정 업무를 마비시킬 정도의 자료 요구나 상임위별 중복 감사는 피해야 한다. 인터넷으로 검색하면 웬만한 자료는 찾아볼 수 있는 시대에 한꺼번에 차에 싣지 못할 만큼 무차별적으로 자료를 요구하는 것에 대해서는 중앙 부처 공무원들의 불만도 크다.

국감에 임하는 의원들의 윤리적 자세도 가다듬어야 한다. 국감 기간에 여야 의원들의 후원회가 잇따라 열려 의원회관 대회의실 등이 예약으로 포화상태라고 한다. 국감장에서 호통을 치면서 후원회장에서는 피감기관에 손을 벌리는 행태는 누가 보더라도 떳떳하지 못하다.

국회가 경제난에 시달리는 국민을 생각한다면 경제 살리기와 민생 국감으로 민심에 다가가야 한다. 경제팀은 경기회복 시점을 여러 차례 번복해 전망함으로써 시장의 불신을 사고 있다. 유례 없이 미국 유럽 일본이 동반 경기침체를 보이고 있지만 정부가 시의적절하게 대응을 하고 있는지 따져보고 경제회복을 앞당기기 위한 방책을 짜내 예산과 입법에 반영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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