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인터뷰]팔방미인 박경림 "질투심 안생겨 좋대요"

  • 입력 2001년 9월 4일 18시 37분


네모난 얼굴, 작은 키, 사발 깨지는 듯한 목소리.

누가 봐도 ‘방송용’은 아닐 듯 싶었다. 인기를 얻더라도 그리 오래가지 못하리라 생각됐다. 하지만 그는 리포터, MC, 코믹연기자, 멜로드라마의 주인공으로 계속 활동영역을 넓혀가며 탄탄대로를 달리고 있다.

박경림(24·동덕여대 4년)의 이런 ‘힘’은 연예인들의 출연 거부 사태가 빚어졌던 MBC 오락프로그램에서 확인됐다. 출연 거부 연예인이 아니었던 박경림은 MBC 프로그램에 전천후로 출연해 빈자리를 훌륭히 메웠던 것.

그는 SBS 단막극 ‘남과 여’의 ‘미운 오리새끼’ 편에서 여주인공을 맡아 안재모와 황홀한 키스씬을 찍더니 최근 MBC시트콤 ‘뉴 논스톱’에서는 CF스타 조인성의 헌신적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다.

도대체 박경림의 어디에 이런 힘이 숨어있는 것일까. 그의 자가진단을 들어봤다.

#‘경림 언니 너무 예뻐요!’(?)

TV만 틀면 온통 예쁜 여자들만 나오는데 저처럼 생긴 사람도 연예인이 될 수 있다는 대리만족감이 큰 거 같아요. 그런 예쁜 여자들이 잘 생긴 남자 연기자의 상대역이 되면 인터넷에 어느 정도 질투성 비난의 글이 뜨기 마련이잖아요. 하지만 제가 상대역이 됐다고 하면 지지하는 글이 압도적이에요.

한번은 인기댄스그룹 god의 윤계상과 영화관에 함께 갔다가 god 팬들에게 들켰어요. 속으로 ‘아, 이젠 죽었다’고 생각했는데 “언니, 너무 보기 좋아요. 우리 계상이 오빠랑 계속 친하게 지내주세요”라며 반가워하는 거예요. 이쁜 연예인보다 ‘차라리 박경림이 낫다’는 생각인가 봐요.

오죽하면 인터넷에 ‘박스모(박경림 스캔들 만들기 모임)’라는 단체까지 생겼겠어요. 제가 “스캔들 한번 나는 게 소원”이라고 하니까 그걸 돕겠다고 회원이 8000여명이나 모였다니까요. (‘박스모’의 우선 타깃은 박경림의 강력한 요청에 따라 원빈과 유지태로 결정됐다.)

#IQ는 반 꼴지, EQ는 전교수석

TV화면에 나오는 제 외모만 너무 믿지 마세요. 실제론 제가 남자들에게 엄청 인기가 좋거든요. 사실 그 때문에 제가 웬만해선 남자를 두 번 이상 안 만나요. 처음 보면 긴가민가하지만 두 번 보면 벌써 마음이 흔들리는 게 보여요. 세 번 만나면 벌써 저한테 빠져서 헤어나질 못해요.

농담으로 들으시는데 제가 방송국PD들이 뽑은 ‘실물이 가장 예쁜 연예인’ 3위였던 거 기억하시죠. 3위란 순위보단 제 앞뒤가 누구였느냐가 중요하거든요. 1∼2위가 김희선 고소영이고, 4∼5위는 박지윤 송혜교였어요. 전지현은 한참 뒤였다구요.

남자들이 정신 없이 빨려 들어간다고 제 별명이 ‘빨대’라니까요. (기자도 이 수다스런 ‘싸이렌’에게 빨려드는 것을 막기 위해 덥석 IQ를 물어봤다) 중학교 때 IQ가 107로 반 꼴지였죠. 선생님이 재시험을 보게 하셨는데 이번엔 105가 나왔어요. 하지만 EQ(감성지수)는 제가 전교 수석이었어요.

#나를 키운 것은 8할이 꿈

전 가난한 집안에서 자랐죠. 초등학교 때는 학원 다닐 돈이 없어 한 달씩 무료 강습을 해주는 곳만 돌아다녔어요. 그래도 제겐 초등학교 때부터 꿈이 있었어요. 오프라 윈프리 같은 토크쇼를 진행하는 거였죠. 제 외모나 목소리로는 불가능해 보이는 꿈이었지만 저는 그 하나를 위해 달려왔어요.

방송초기 ‘별이 빛나는 밤에’ 공개 프로그램을 진행하다 ‘컨추리꼬꼬’의 신정환 오빠가 절 처음 보자마자 ‘남자예요, 여자예요’하고 묻는 말에 눈물을 막 쏟은 적도 있었어요. 그때 국진이 아저씨(김국진)가 많은 힘을 주셨어요.

저는 제게 불리한 점을 장점으로 바꿔갔어요. 아니 사람들이 그렇게 믿게 세뇌를 한 거죠. 그러면서 리포터에서 MC, 최근에는 연기까지도 모두 한 가지 꿈, 즉 토크쇼 진행을 위한 훈련을 쌓아왔다고 자부해요. 제가 꿈을 이뤄 가는 과정 자체가 많은 청소년들에게 희망이 될 거라고 믿어요.

<권재현기자>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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