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경제]HP- 컴팩 합병 합의…"불황탈출 청신호"

  • 입력 2001년 9월 4일 16시 54분


미국의 휴렛팩커드(HP)가 컴팩을 합병, 델을 제치고 세계 1위의 PC 기업으로 올라섰다.

지난해 470억달러의 매출을 올린 HP는 3일 주식교환 방식으로 400억달러 매출의 컴팩을 인수하기로 합의해 4일(한국시간) 이를 공식 발표했다.

PC 부문에서 각각 세계 2, 4위를 달려온 두 기업은 합병을 통해 서버와 PC, 이미징과 프린팅 분야를 망라한 세계 1위 업체로 발돋움하게 됐다.

통합회사의 회장 겸 최고경영자는 HP의 칼리 피오리나 회장이, 사장은 마이클 카펠라스 컴팩 회장이 맡는다. 피오리나 HP 회장은 “상호 보완적인 조직과 제품군이 결합된 결정적 조치”라고 말했다.

▽PC 시장침체의 돌파구?〓이번 합병은 과잉투자·공급과다로 침체를 겪고 있는 세계 정보기술(IT)산업에 일단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HP는 계측기 프린터 서버에, 컴팩은 PC에 강해 양사는 합병의 시너지효과도 예상된다. 특히 한국 시장에서는 컴팩이 HP가 판매하지 않는 노트북 PDA 등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어 마케팅 시너지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증권의 임홍빈 애널리스트는 “90년대 매년 15%이상씩 이뤄진 IT투자가 설비공급과잉을 초래했다”며 “이번 합병은 PC업계에서 예견된 것이며 당연히 이뤄져야 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

▽국내산업에 미칠 영향〓PC가격 인하 경쟁이 촉발될 것인지가 관건이다. 대우증권의 김태홍 연구원은 “HP가 세계시장을 선도할 경우 무리한 PC가격 인하 경쟁이 완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PC시장이 HP-컴팩과 델의 대결구도로 비화될 경우 가격인하 경쟁이 불붙을 가능성도 있어 국내 PC업체와 부품업체들이 긴장하고 있다.

삼성전자측은 “PC산업이 활기를 되찾으면 PC보다 몫이 큰 LCD모니터와 D램 등의 수요가 커져 장기적으로 호재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HP에 180만대를 공급한 삼보컴퓨터도 HP의 사업확장에 따라 해외 수출이 더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일부에서는 이번 합병 영향으로 공급과잉을 겪고 있는 국내 PC산업계도 재편의 계기를 맞을 것으로 점치고 있다.

<김승진·정미경기자>saraf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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