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지칼럼]축구전용구장이 맞는지…

  • 입력 2001년 9월 3일 10시 41분


지난 8월25일 광양에서 2001 K리그 전남과 수원의 경기에서 2002년 한일월드컵 출전이 확실시 되는 고종수가 부상을 입었다.

경기장의 스프링쿨러에 미끄러지며 충격을 받아 십자인대가 파열되는 심각한 부상을 입은 것이다. 경기전 경기장의 스프링쿨러가 눈에 뛰어 신경이 쓰였었다는데. 운 없게도 거기에 걸려 넘어진 것이다.

정밀검사결과 부상회복기간은 1년정도 걸릴 예정이어서 남은 K리그 잔여경기 출장은 불가능한 상황. 얼마남지 않은 2002년 한일월드컵 대회 출전도 불투명한 상태이다.

K리그에서 환상의 왼발슛로 골을 넣으며 한창 절정에 기량을 보이는 가운데 2002년 한일월드컵의 대활약을 예고하고 있던 터라 고종수의 부상은 더욱 가슴 아픈 일이 아닐수 없다.

K리그 최고스타이며 월드컵 예비선수의 부상도 가슴 아픈 일인데, 부상을 두고 이런저런 말들이 나오고 있어 더욱 가슴 아프게 하고 있다.

평소 훈련이 부족해서 부상의 원인을 제공했다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선수들은 갑작스러운 부상방지를 위해서 평소에도 많은 훈련을 하여 근육의 긴장을 풀어주어야 하는데 고종수가 훈련량이 적어 이와 같은 부상을 당했다며, 훈련을 게을리한 고종수를 탓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과연 훈련부족이 원인이 되어 부상을 입었을까?

훈련부족인 선수가 K리그에서 5득점과 5어시스트를 기록하며 팀을 선두권에 올릴 수 있었을까?

소속팀이 훈련태만의 선수를 경기에 출장시켜 아시안슈퍼컵에서 우승할 수 있었을까?

훈련부족이란 이유를 달기에는 뭔가 부족해 보인다.

굳이 이유를 찾는다면 경기장 여건이 열악에서 생긴 부상이 아닐까?

선수가 경기도중 스프링쿨러가 보일 정도이면 경기장 잔디 사정은 불을 보듯 뻔하다. 듬성듬성한 잔디에다 잔디가 없는 곳은 움푹 패여서 먼지가 펄펄 날리고 경기도중 공에 신경을 쓰는게 아니라 경기장 바닥에다 신경을 써야할 판이다. 이런 경기장 사정에 부상을 당하지 않는게 이상한 일.

명색이 축구전용구장이거늘 경기장 관리를 어떻게 했는지 묻고 싶다.

말로만 관전하기 좋은 플레이하기 좋은 축구전용구장이 아닌지.

경기전 선수들은 승리를 위해 팬들을 위해 최선의 준비를 해야한다.

경기를 치르는 경기장도 경기를 즐기는 팬들을 위해, 플레이를 하는 선수들을 위해 최상의 경기장 상태를 준비해야하거늘..

잔디에 물을 뿌리기 위해 설치한 바닥의 스프링쿨러가 보일 정도면 잔디 상태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으리라.

최근 울산 문수경기장이 잔디 상태가 나빠지며 K리그를 문수경기장에서 치를 수 없게 되었다. 역시 겉만 축구전용구장이고 정작 중요한 잔디 상태가 엉망인 것이다. 광양경기장과 사정이 같으리라. 팬들은 좋은 경기장에서 관전을 못하는게 서운하지만 선수들의 부상을 생각한다면 사용치 않는 것이 천만다행일 것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또다른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듬성듬성한 잔디를 걷어내고 경기하기 좋은 고른 잔디를 심는 경기장 보수에 나서야 할 것이다.

경기장내에 광고판이 잘 작동되는지 확인하기 이전에 경기장의 잔디 상태를 확인하는게 먼저가 아닐까?

http://www.entersport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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