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프로야구]찬호 "이런 날도 있네"

  • 입력 2001년 8월 31일 18시 27분


LA 다저스가 5-4 한 점차로 아슬아슬하게 리드하던 9회초.

마지막 이닝을 막기 위해 등판한 다저스 마무리 제프 쇼는 볼넷과 투수 강습 안타로 무사 1, 3루의 위기를 맞았다. 쇼는 이틀 전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경기에서도 3-2 한 점차로 앞선 9회 등판해 2실점, 3-4 역전패의 빌미를 제공한 주인공.

박찬호의 승리가 눈앞에서 날아갈 판이었지만 쇼는 삼진과 투수 땅볼, 삼진으로 3명의 타자를 차례로 요리해 팀의 승리를 지켜냈다.

박찬호(28·LA 다저스)가 천신만고 끝에 시즌 13승째(9패)를 따냈다.

박찬호는 31일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콜로라도전에서 5와 3분의2이닝 동안 8안타와 4볼넷으로 4점을 내줬지만 전담포수 채드 크루터의 역전 홈런에 힘입어 행운의 승리를 챙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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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운이 따라야 하는 게 야구. 그동안 잘 던지고도 승리와 인연을 못 맺는 경우가 많았던 박찬호는 이날은 못 던지고도 동료들의 도움으로 1승을 얻었다. 1회부터 6회까지 매회 안타와 볼넷 등으로 주자를 내보냈을 정도의 부진한 피칭. 직구 평균 스피드는 140㎞대에 머물렀고 변화구도 제구력이 되지 않아 애를 먹었다.

박찬호는 2회에 콜로라도 시릴로에게 솔로홈런을 맞은 뒤 2사 1, 2루에서 피에르에게 적시타를 맞아 2점을 먼저 내줬다. 3회엔 3루타 뒤 내야땅볼로 1실점, 4회에도 헬튼에게 1점홈런을 맞는 등 시종 불안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다저스 타선도 콜로라도 선발 데니 네이글을 끈질기게 공략했다. 벨트레와 셰필드의 홈런 등으로 2회부터 4회까지 야금야금 한 점씩 뽑더니 3-4로 뒤진 5회말 무사 2루에서 크루터가 통쾌한 역전 2점포로 승부를 뒤집어놨다.

6회 2사 만루에서 물러난 박찬호는 머홀랜드-허지스-쇼로 짜여진 불펜투수들이 한 점도 내주지 않는 바람에 25일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전에 이어 2연승을 거둘 수 있었다. 내셔널리그 구원투수 가운데 세이브 실패(7차례)가 가장 많아 팬들로부터 비난을 받아온 쇼도 이 세이브로 내셔널리그 구원선두(38세이브)에 올랐다.

포스트시즌 진출을 노리고 있는 다저스는 이날 경기에서 패한 내셔널리그 서부조 1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에 4.5경기차로 따라붙었고 서부조 2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는 1경기차를 유지했다. 각조 2위 가운데 최고 승률팀에 플레이오프 진출권이 주어지는 ‘와일드카드’랭킹에선 1위 시카고 컵스와 1.5경기차.

평균자책이 다시 3점대(3.05)로 올라간 박찬호는 6일 오전 10시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원정경기에 등판, 3연승에 도전한다.

<김상수기자>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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