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장영수 대한건협회장 "제대로 공사하는 풍토 절실"

  • 입력 2001년 8월 23일 22시 00분


국내 일반건설업체의 모임인 대한건설협회의 장영수 회장은 서울대 건축공학과 출신의 기술자로선 드물게 성공한 경영인으로 꼽힌다.

87년부터 현재까지 대우건설 사장으로 재직하는 최장수 전문경영인이라는 점이 이를 대변한다.

또 지금까지 대한건설협회 회장이 대부분 회사 오너 출신 최고 경영자였던 관행을 깨면서 취임할 정도로 업계의 신망도 두텁다.

장 회장은 기자와 만난 1시간여 남짓 동안 정부의 건설 정책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불만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대표적인 정부의 건설 관련 정책 실패 사례로 건설업 설립 기준 완화를 꼽았다.

“정부가 99년 4월 건설업을 면허제에서 등록제로 바꾸면서 등록기준을 대폭 완화했습니다. 이 때문에 업체수가 3800개에서 2년 사이에 무려 1만1300개로 늘어났습니다. 사무실도 없이 휴대전화만 있으면 회사를 운영할 수 있는 풍토에서 어떻게 제대로 된 건설회사가 정상적인 영업을 할 수 있었겠습니까.”

이같은 상황이 벌어진데 대해 그는 “건설업은 기술산업인데도 정부가 이런 점에 대한 이해가 너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주장을 적극적으로 정부에 전달해 정부도 다음달 시행을 목표로 관련법 개정작업을 하고 있다.

장회장은 또 업계 스스로 국민으로부터 다시 신뢰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90년대 중반 이후 건설업은 잇단 부실공사와 외환위기 이후 계속된 업체들의 연쇄 부도 등으로 이미지가 땅에 떨어질대로 떨어졌습니다. 심지어 일부 동료들은 ‘건설회사 사장이라는 명함을 내밀기가 어려울 때가 적잖다’는 말을 합니다. 이제부터라도 70년대와 80년대 한국 경제가 침체에 허덕일 때 탈출의 견인차 역할을 했던 건설인의 자존심을 되찾아야 합니다.”

그는 이를 위해서 ‘제값 받고 제대로 공사하기’라는 운동을 펼칠 계획이다. “과거처럼 물량 따내기식으로 업체들이 경쟁하며 덤핑 수주하는 일은 지양해야 합니다. 제대로 된 설계와 시공을 하기 위해선 제값을 받을 수 있는 업계 풍토 조성이 중요합니다. 그게 21세기에 맞게 변신하는 건설업의 출발이 돼야 합니다.”

<황재성기자>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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