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오대산-점봉산 야생화 트래킹 "들꽃 대궐 참말 곱네"

  • 입력 2001년 8월 15일 19시 02분


《올 여름도 그 기운이 잦아들고 있다. 아침 저녁 불어오는 선선한 바람과 가을을 재촉하는 찬 비에서 가는 여름이 느껴진다. 산과 들에 피고지는 들꽃은 계절의 전령. 가을 문턱을 예고하는 들꽃 흐드러지게 핀 오대산과 점봉산을 찾았다.》

#“엄마, 벌써 가을인가봐”

13일 오후 오대산 월정사 앞 한국자생식물원(강원 평창군). 신갈나무 숲가의 수천평 밭이 활짝 핀 벌개미취 꽃으로 온통 연보라색으로 채색된 모습을 본 아이들이 이렇게 소리쳤다.

“글쎄 말이다. 아직 여름인 것 같은데….”

늦더위가 아직 기승을 부리건만 계절은 입추를 지나 어느새 가을의 문턱. 이날 아침 해발 700m고원의 평창 민박집 주인은 구들장에 군불을 지폈고 승용차로 진고개를 넘던 피서객도 에어컨을 껐다. 해발 1100m의 점봉산 곰배령(강원 인제군)마루에서는 두꺼운 옷에 장갑까지 껴야 했다. 산골의 고원은 이미 가을의 모습을 띠고 있었다.

어김없는 절기의 바뀜에 예외없이 순응하는 이 땅의 들꽃. 여름을 마감하고 가을의 문을 여는 온갖 들꽃이 저마다 자태를 뽐내며 가을을 예고하고 있다.

#들꽃 찾아 떠난 여행길

오대산 월정사 근방의 한국자생식물원(www.kbotanic.co.kr). 산에 오르지 않고도 귀한 들꽃을 감상할 수 있는 흔치 않은 이 곳. 지금이라도 서두르면 벌개미취로 뒤덮인 환상의 언덕 꽃밭에서 멋진 사진 한 장쯤 남겨둘 수 있다.

“지금이 절정이에요. 이 꽃 지고나면 그 자리에서 가을 꽃인 하얀 구절초가 필 겁니다.” 식물원 직원의 말에 여름이 다 갔음을 실감한다. 그런 탓일까. 하늘거리는 벌개미취의 연보라 꽃 빛깔이 더 애달프게 다가온다. 꽃을 보니 아이들도 신났던지 꽃밭 사이 관람로를 위 아래로 뛰어 다닌다. 꽃과 아이들이 어우러진 세상. 천국이 따로 있을까.

들꽃 보러 나선다면 당연히 점봉산 곰배령이다. 해발 1100m의 고갯마루(작은 점봉산과 호랑이코빼기봉을 잇는 능선의 최저부)에 발달한 너른 초원은 4월부터 9월까지 쉼없이 피고 지는 들꽃으로 꽃대궐을 이룬다. 이맘때면 가는 여름을 아쉬워하듯 각양각색의 여름들꽃 10여종이 한데 어울려 온 초원을 수놓듯 아름답게 장식할 터. 그러나 이날 곰배령으로 오르던 한시간 반 내내 불안감을 떨쳐낼 수 없었다. 게릴라성 폭우로 인근 부락의 다리가 끊길 정도로 비가 많이 내린 이곳에 새벽부터 차가운 비와 세찬 바람이 몰아친 탓이다.

그러나 고갯마루에 오른 순간 그것은 기우로 끝났다. 빨갛고 노랗고 파란 빛깔의 고운 여름 들꽃이 비구름 속에서 활짝 꽃을 피운 채 수줍은 모습으로 손님을 반갑게 맞아 주었다. 비행접시가 편대비행하는 듯한 모습의 하얀 꽃을 떠받친 ‘구릿대’는 비바람에 너울거리고 자줏빛 다섯장 꽃잎이 앙증맞은 둥근 이질풀과 주황색 동자꽃은 구릿대 아래 숨어 비를 피하고 있었다. 비옷이 벗겨져 날아갈 만큼 세찬 바람과 손가락이 얼 만큼 차가운 기온에 꽃잎이 찢어질 만큼 세찬 빗방울 속에서도 여우꼬리를 닮은 보랏빛 산꼬리풀과 샛노란 마타리가 여기저기 어울려 초원의 꽃밭은 화기애애하기만 했다.

귀둔리에서 곰배령으로 오르는 숲속에서도 들꽃은 피고 진다. 봄에 보았던 속새는 지금도 여전히 푸른 대를 꼿꼿이 세우고 있었고 시냇가에는 어김없이 자주빛 물봉선화가 자루모양의독특한 꽃을 피우고 있다. 땅바닥에는 거북등짝 같은 자주색 꽃잎을 둥글게 두른 앉은 부채가, 숲길가에는 옅은 남색의 도라지 모싯대와 잔대가 초롱모습을 한 앙증맞은 꽃을 매달고 있었다. 숲안은 계곡 물소리로 요란했고 바위 아래서는 비맞아 즐거운 무당개구리가 깡충깡충 뛰어다녔다. 가는 여름 곰배령의 숲속은 이렇듯 부산했다.

▶찾아가기

①한국자생식물원(평창군 도암면)

영동고속도로/진부IC~6번국도~월정삼거리~오대산호텔~병안삼거리 직전(입간판 보임) 033-332-7069

②곰배령(인제군 기린면/인제읍)

찾는 코스는 두가지.

'양평~홍천~철정검문소(이상 국도44번)~지방도 451/국도 31번~현리'는 공통.

△강선골 코스=현리(방대교)~지방도 453번~쇠나드리~진동리 설피밭마을~진동삼거리. 시내버스는 진동산채가 앞이 종점. 비포장도로 구간이 길다. 강선골~곰배령 마루 4km(1시간반 소요).

△귀둔리 코스=현리~진다리SK주유소 삼거리~귀둔리~입산통제소. 시내버스는 귀둔리가 종점, 승용차는 입산통제소(종점부터 3.5km)까지 진입. 모두 포장도로. 통제소~곰배령 마루 3.5km(1시간반 소요).

▶패키지여행

승우여행사(02-720-8311)는 들꽃찾기 생태트레킹 패키지를 판매한다.

△곰배령=당일(매주 일요일 출발) 3만5000원, 무박2일(매주 토요일 출발) 4만8000원

△한국자생식물원=당일(19, 26, 31/9월 1, 2일 출발) 3만5000원

www.seungwootour.co.kr

<평창·인제〓조성하기자>summer@donga.com

◆ 들꽃 함부로 만지지 마세요:

한국야생화연구소(www.wildflower.co.kr) 김태정 소장의 말.

“가을의 문턱에 피는 들꽃은 조심해야합니다. 앉은 부채나 투구꽃 진범 같이 독이 있는 것이 많아요. 옛날에 이 꽃잎은 사약을 짓거나 화살촉에 바르는 독약의 원료였지요. 그 꽃 만진 손으로 얼굴을 문지르면 퉁퉁 붓습니다. 야생화는 그 자리에 핀 모습 그대로가 가장 아름답습니다. 절대로 캐거나 만지거나 따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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