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정부비판 보고서 홈페이지서 삭제 물의

  • 입력 2001년 8월 13일 18시 54분


연구기관과 정부 부처의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정부에 부담이 되는 내용이 잇달아 지워져 물의를 빚고 있다.

한국증권연구원(원장 최운열·崔運烈 서강대교수)은 최근 연구원 인터넷 홈페이지(www.ksri.org)에 올라 있던 ‘자본시장을 통한 공기업 민영화 정책방향’(작성자 조성훈 연구위원)이란 제목의 보고서를 8일부터 뺀 것으로 밝혀졌다. 또 건설교통부도 9일 건교부 홈페이지(www.moct.go.kr)에 실렸던 ‘98∼2000년 건축물 허가통계(게재번호 168)’와 ‘98∼2000년 건축물 착공통계(169)’를 삭제했다.

증권연구원 보고서는 본지가 8일자로 단독 보도한 것으로 정부의 공기업 민영화 정책이 제대로 추진되지 않고 민영화 전망도 불투명하다는 비판적인 내용을 담고 있었다.

<본보 8일자 A1·3면 참조>

보도가 나간 8일 기획예산처 고위 관계자는 보고서 작성자를 예산처로 직접 불러 보고서 내용에 대해 반박했다는 것이다. 본지 보도가 나가자 일부 국회의원 중심으로 자료열람을 요청하는 문의가 잇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최운열(崔運烈) 증권연구원장은 “이 보고서는 최종보고서 이전의 ‘이슈페이퍼’로 내용을 보완해서 9월초에 공식자료로 발간할 것”이라 밝혔다. 최 원장은 “인터넷에서 지운 것은 미완의 보고서를 여러 곳에서 인용할 가능성이 높아 연구원 자체 판단으로 삭제할 것을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조 연구위원과 면담했던 김경섭(金敬燮) 기획예산처 정부개혁실장은 “내용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보고서를 만든 데 대해 당사자에게 유감이라고 말했으며 담당 연구위원으로부터 내용을 보완하겠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그러나 보고서를 인터넷에서 삭제했다는 것은 모르는 일이며 요청한 사실도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건교부는 건축물 허가통계와 착공통계 대신 ‘부동산중개업자 현황(2001년 6월말)’과 ‘아파트미분양 현황(2001년 6월말)’을 9일부터 인터넷에 올렸다.

이는 본보가 같은 날짜로 “외환위기 이후 실제 공급된 주택이 정부 공식발표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이는 정부가 주택사업승인을 기준으로 공급통계를 잡고 있지만 승인이나 건축허가를 받은 아파트 상당수가 실제로는 지어지지 않아 ‘허수’가 생기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도한 직후 취해진 조치다. <본보 9일자 A8면 참조>

건교부 이용락(李容洛) 건축과장은 “다른 과에서도 비슷한 통계자료를 만들고 있어 실무자가 임의로 삭제한 것 같다”며 “한 번 공개한 자료를 지운 것은 문제가 있으므로 다시 공개하도록 지시했다”고 말했다.

김선덕(金善德)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이에 대해 “주택정책이 얼마나 주먹구구식으로 결정돼 왔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최영해·황재성기자>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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