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아직도 계곡에서 밥해먹고 쓰레기 버리나요

  • 입력 2001년 8월 13일 18시 27분


얼마 전 대전의 계룡산 줄기라고 할 수 있는 금수봉 계곡에 갔다. 버들치를 비롯해 많은 민물고기가 노니는 계곡 물에 시민들이 찾아와서 더위를 식히고 있었다.

그런데 취사 행위를 해서는 안 되는 곳에서 시민들이 버너로 밥과 라면을 끓이고 국물을 하천에 버렸다. 쓰레기를 되가져가라고 하는데도 지켜지지 않았다.

정상에 오르는 길 역시 지저분했다. 각종 과일 껍질이 등산로 주변에 널려 있었고 돌 틈에 교묘하게 끼워놓은 과자봉지도 눈에 띄었다. 우리들의 일그러진 모습이 안타까웠다. 관리사무소가 있었지만 비워둔 지 오래된 듯 했고 고기 굽는 냄새가 계곡을 뒤덮었다. 한국방문의 해와 월드컵을 준비하는 시민의 모습이 이 정도인가 하는 한심한 생각이 들었다.

날씨가 좋으면 금수봉 계곡은 항상 많은 피서객으로 몸살을 앓는다. 지금은 자랑거리인 맑은 물도 언제 더럽혀질지 모를 일이다. 시민들이 청정한 환경의 혜택을 잊고 사는 것 같아 안타깝기만 하다. 자연은 건강과도 같다. 한 번 잃어버리면 회복하는 데 몇 배의 노력이 들어간다. 자연을 사랑하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자연을 보전하는 데는 사회적 비용이 필요하다.

한여름 전국의 계곡에서 가족이나 연인과 함께 더위를 식히는 모든 사람이 자연의 소중함을 체험했으면 한다.

양원준(대학생·ev961055@hanba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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