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올 가을 '블랙'으로 간다…컬렉션 테마로 자리매김

  • 입력 2001년 8월 9일 18시 53분


블랙 남녀
블랙 남녀 <사진제공 마리나리날디>
《올 가을에는 ‘블랙’이 패션계의 화두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한동안 현란한 색들에 밀려 ‘기본 색상’으로만 존재했던 검은색은 이번 시즌 여러 디자이너의 손을 거치며 ‘확실한 컬러’로 자리매김했다. 무겁고 지루하던 느낌도 섹시하고 감각적으로 변했다. 채도와 질감에 조금씩 변화를 주며 검은색의 느낌을 다양하게 변화시켰기 때문이다. 의상심리학자들 역시 검은색을 세련됨 죽음 권위 침묵 영원 신비, 나아가 묘한 공포감 등의 이미지를 포괄할 수 있는 입체적인 색상으로 규정한다.》

최근 파리 뉴욕 밀라노에서 열린 루이뷔통, 질 샌더, 페라가모, 프라다 등 유럽브랜드의 2001∼2002 추동복 컬렉션에서도 ‘블랙’을 기본 테마로 삼는 경향이 잘 드러났다.


◀ 바바리는 이번 가을 검은색을 메인 컬러로 하고 옅은갈색 빨간색 와인색을 보조컬러로 사용해 세련되고 우아한 분위기를 연출하는데 주안점을 뒀다. <사진제공 바바리>


루이뷔통, 돌체 앤드 가바나 등에서는 울 소재의 정장 안에 실크 혹은 인조가죽 소재의 검은색 셔츠를 조화시켰다. 우아하고 정중한 느낌을 살려주는 무광택 검은색으로 전통 러시아 의상을 연상시킨다. 지아니 베르사체는 초콜릿과 샴페인 빛이 나는 검은색을 선보였다. 반들거리는 광택을 입혀 감성적이며 다분히 유혹적이기까지 하다.


◀ 검은색 슈트에 금색장식을 섞은 지아니 베르사체의 의상.


질 샌더는 검은색 롱코트와 니트 셔츠, 밀리터리 풍의 검은색 워커를 함께 조화시켰다. 안나 몰리나리는 로맨틱한 느낌이 잘 살아나는 ‘블루 블랙’을 사용했으며, 이블루스는 셔츠 재킷 스웨터 원피스 고급 캐시미어코트를 한데 묶은 ‘블랙 컬렉션(Black Collection)을 내놓았다. 녹색, 회색이 가미된 부드러운 검은색이 사용됐다.

이처럼 검은색이 워낙 다양하게 변주되고 있어 짙은 갈색, 네이비색, 투명한 자주색, 베이지색, 흰색 등은 기껏 보조 색상으로 등장한다. 국산브랜드 ‘로오제’는 가느다란 검은색 가죽벨트를, 파시스는 새하얀 흰색 셔츠를 부속소품으로 해 포인트를 준다.

검은색은 특히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여성들의 선호도가 높은 색상이다. 체형과 몸매에 상관없이 무난히 입을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 이 밖에 다른 옷과 맞춰 입기 편하고, 급격한 유행을 타지 않으며, 날씬해 보이기까지 한다. 마리나리날디는 아예 이번 시즌 ‘어떤 체형을 가져도, 어느 장소에서나 당당하자’는 컨셉트를 정하고, 이에 맞춘 다양한 검은색을 선보였다.



검은색이 주종을 이룬 페라가모의 가방, 구두.


패션전문가들은 이런 이유로 유럽 명품 브랜드들이 일제히 검은색에 집착하는 데에는 ‘아시아 시장의 더 큰 확대’라는 상업적 의도가 깔려 있는 게 아니냐는 추측도 한다.

<조인직기자>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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