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ce&focus]‘원로-시민단체 32人성명’ 이세중 변호사 본보 인터뷰

  • 입력 2001년 8월 3일 18시 28분


‘32인 공동성명’에 참여한 이세중(李世中·66·전 대한변협 회장) 변호사는 3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언론사 세무조사는 그 결과가 모든 언론기관이 납득할 수 있도록 공정하게 진행돼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며 “정부는 결자해지(結者解之) 차원에서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또 “현시대 언론이 개혁돼야 한다는 것은 당위이고 언론의 문제는 언론이 스스로 정한 윤리강령을 지키지 못한 데서 비롯됐다”고 진단했다.

이 변호사는 서경석(徐京錫) 목사 등 8, 9명이 마련한 초안을 전달받고 그 내용에 공감한 뒤 15차례에 걸친 수정작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왔다고 말했다.

-성명 채택에 동참하게 된 동기는.

“건강한 사회에는 각양각색의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고 그런 가운데 공론이라는 것이 형성돼 사회가 한 흐름으로 갈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공론의 문화와 과정이 전혀 없습니다. 경색된 정치가 공론의 장을 경색시켰고 마치 전쟁을 하는 것처럼 적과 동지가 대립되는 지금과 같은 형국은 사회통합과 민주적 발전에 걸림돌이 될 수 있습니다. 이를 빨리 극복하기 위해서는 지식인들이 의사표현을 꺼리거나 숨어서 이야기하면 안 됩니다. 공개적으로 토론하는 바람직한 분위기를 형성해 나가야 합니다. 성명은 그러기 위한 화두를 제시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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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민단체 '제3의 목소리'커지나

-성명은 정부에 ‘모두가 납득할 만한 처리방안’을 요구했습니다. 무슨 구체적인 대안이라도….

“아직 사실관계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시민들이 대안을 제시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이번 사안은 정부가 가장 잘 알고 있고 또 줄곧 책임을 맡아온 사안이므로 정부가 결자해지의 차원에서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는 원칙을 말한 것입니다.”

-언론사 세무조사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그 결과가 모든 언론기관이 납득할 만하게 공정하고 형평성에 맞게 진행돼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원칙입니다. 현실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되고 있는 것 아닙니까.”

-정부의 세무조사 등이 현저하게 잘못됐다는 뜻인가요.

“현 정부가 언론개혁을 위해 세무조사를 했는지 단정할 수 없습니다. 언론도 기업인만큼 투명하게 경영하고 세무조사의 성역이어서는 안 됩니다. 그러나 이 같은 세무조사는 정치적으로 순수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상황에서 행해져야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고 봅니다.”

-정부 권력과 사주, 광고주로부터의 독립 등 언론개혁을 언급하셨는데 현 시대의 언론은 특히 어떤 부분을 어떻게 개혁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언론이 개혁돼야 한다는 것은 당위입니다. 개혁의 내용과 방법은 개개 언론사마다 사정이 다를 것이어서 획일적으로 말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저의 소신은 언론의 내부 인사들이 스스로 그리고 자율적으로 개혁하는 것이 가장 좋은 형태라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타율이나 법에 의한 강제적 개혁은 언론탄압 주장이라는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언론개혁의 과정에서 일선 기자들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언론사들은 스스로 바람직한 모습을 갖추기 위한 윤리강령을 가지고 있습니다. 모든 문제는 언론이 스스로 윤리강령을 지키지 못한 데에서 비롯됐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부터라도 기본적인 강령을 준수하면서 신뢰를 쌓아가고 언론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면 문제가 사라지지 않을까요.”

<신석호기자>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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